구독자가 늘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이야기가 아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이야기다. 서브스크립션은 정기구독을 뜻한다. 잡지 정기구독을 하면 매달 잡지가 배달돼 오는 것처럼 회비를 내면 화장품 등을 매달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버치박스’가 그 시초이다. 트렌드나 유행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을 타깃 삼았다. 버치박스 안에는 네댓개의 소량 화장품이 담겨 있다. 그 종류는 다양하다. 기초화장품부터 향수나 립스틱, 매니큐어까지 배송되어 오는 물품의 종류는 다채롭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시작됐다. 화장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 욕구가 높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은 국내 시장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 알맞은 토대를 갖추고 있다. 직장인 박민영(29)씨는 올해 5월부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업체 한곳을 택해 화장품을 받아보기 시작했다. “회비가 비싼 편이 아니어서 서비스를 신청하는 데는 큰 망설임이 없었다”는 박씨. 역시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다루는 품목 영역은 점차 늘고 있다.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이제 더이상 새로울 것 없다. 이어서 남성 기본용품(사진)과 화장품, 유아용품, 고급 식음료를 모아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업체와 브랜드가 급속도로 많아진 요즘을 보자면, 멀지 않은 과거가 떠오른다. 소셜코머스 시장이다. ‘반값’, ‘파격 할인’을 내세우며 온라인 쇼핑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 소셜코머스가 등장하고 오래지 않아, 소셜코머스에서 다루는 영역은 무한 확장해 갔다. 패션 아이템부터 레스토랑, 숙박시설까지 넓어졌다. 유행의 정점을 찍은 뒤 소셜코머스는 보편적인 온라인 소비공간으로 자리잡아 갔다. 다른 시각에서는 소비자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의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소비행태의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의 방식이 등장할 때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다가서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유행을 타고 혜성같이 등장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업체와 브랜드들은 우후죽순처럼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는 판매를 할 수 없는 비매품을 모아 배송하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시장의 현황을 꼬집기도 했다. 본래의 서비스는 뒷전인 채,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몇몇 업체들도 벌써 눈에 띈다. 신문·잡지만큼이나, 제대로 된 내용물을 담은 서비스를 정기구독하자. 그래야 오래도록 제대로 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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