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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전망의 깔때기 ‘아니면 말고!’

등록 2013-01-09 18:37

[매거진 esc]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새해는 각종 조사업체의 호황기다. 패션계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패션’과 ‘연구소’, ‘트렌드’, ‘키워드’ 따위의 검색어를 검색창에 넣어보자. 유명 패션계 조사업체의 ‘2013년 패션 트렌드 예측’을 주제로 한 자료와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 꼭 조사업체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패션의 산업적 측면부터 유행 스타일까지 다룬 신년 전망 보고서를 지난달 말 내놓았다. 보고서는 “2013년에는 불황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예측했다. 스타일 면에서는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이 유행할 것이라 전망했다. 나름 이유를 제시한다. “정서적 안정을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절제의 미학이 담긴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한다.

거슬러 올라가 2012년, 2011년의 패션 트렌드 예측을 훑어보았다. 꼭 기억에 남길 필요도 없었기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런 트렌드 예측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결과는? 이 무슨 ‘도돌이표 노래’인가! 2013년 패션 트렌드 예측에 포함된 열쇳말이 2011년에도, 2012년에도 나온다. 2013년 패션 트렌드 예측 결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패션계의 트렌드 예측, 조사라는 것이 지닌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패션업 종사자들에게는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한 해 어떤 옷을 만들어 팔지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도돌이표 노래 같은 미래 대예측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신진 디자이너 최아무개씨는 말했다. “트렌드 예측요?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죠. 그게 실제로 미래 예측을 한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이 그 정보를 얻어 쇼핑을 하기 때문이죠. 트렌드 예측이 소비 경향을 만들어 가니까요. 딱 거기까지예요.”

그렇다. 패션 트렌드 정보에 가장 예민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이다. 최신 유행에 민감한 국내 패션 소비 경향을 겨냥해 온오프라인 언론사들은 패션 트렌드 전망을 가공해 기사를 쏟아낸다.

소비자들이 그 정보를 신뢰하느냐 마느냐는 그 정보에 바탕을 두고 지갑을 여느냐 마느냐 다음에 오는 문제다. 따라서 도돌이표 노래 같은 패션계 예측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삐딱한 시선을 가진 몇몇 사람들에게 지탄받는 것을 빼면 아무 일도 아니다.

신년 패션계 예측, 마치 토정비결 같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2013년 토정비결을 보았다. 일종의 2013년 인생 경향 예측 자료를 훑어본 셈이다. ‘귀인이 서쪽에서 나타나고, 큰 재물이 들어오는 수가 있으나 명예와 금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월별 토정비결 운세도 제공된다. 모두 꼼꼼하게 읽어봤다.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시만 넣으면 뚝딱 이런 운세가 내 앞의 모니터에 뜬다. 가만 보니, 지난해와 지지난해의 토정비결에도 비슷한 말들이 쓰여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뭐, ‘아니면 말고’ 식이니까. 딱 여기까진 거다. 토정비결이나 패션계 예측이나!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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