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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과 센스, 진심으로 밀어붙여라

등록 2013-06-19 22:12수정 2013-06-20 22:08

문화방송(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보내온 시청자 응모작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문화방송(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보내온 시청자 응모작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sc] 커버스토리 보통 사람들 공모전 열풍
유시시, 슬로건, 여행수기 공모전 달인이 말하는 당선의 비법
봉승관(35)씨
봉승관(35)씨
첫 15초의 승부 유시시 공모전 봉승관

자칭 타칭 ‘공달(공모전 달인) 선생’ 봉승관(35·사진)씨를 만난 지난 15일에도 그가 응모했던 경기도시공사 유시시(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공모전 결과 발표가 있었다. <광교, 딱 내 스타일이야>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낸 그가 받은 상은 은상. 1년에 15편 이상 응모하고 70~80%는 수상한다는 그는 “이건 특별히 좋은 성적은 아니다”라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공달 선생이 공모전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2007년이었다. 주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만든 유시시가 한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공모전의 맛을 알게 된 뒤 회사를 그만두고 유시시 제작에 전념했다. “처음에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어요. 행사 진행을 하다가 케이블채널 <와이티엔스타>에서 ‘스티로폼’이라는 프로그램의 엠시를 했는데, 시청률이 낮아 4주 만에 프로그램이 문을 닫았어요. 유시시 주인공으로 출연하길 즐겼는데, 가만히 보니까 유시시는 출연자가 아니라 제작자가 주인공인 세계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를 잡게 됐죠.” 유시시는, 아니 공모전은, 주연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손짓하는 넓은 무대처럼 보였다.

‘제2 대한민국 인터넷 미디어 유시시 대전’ ‘아라뱃길 공모전’ 등에서 대상을 받기까지 사전엠시와 개그맨 지망생으로 장외에서 놀아온 감각이 한몫했다. “10번째 상을 받을 때까지는 성취감에 중독됐고, 그 이후엔 상금이 주는 재미가 크죠.” 상금 덕분에 독립해 영상제작사 ‘두발로 티브이(TV)’를 차렸지만 아직 공모전을 떠나지 못한다. 응모도 하고 컨설팅도 하며 가끔 심사위원도 맡는다. “큰 공모전에는 보통 유시시 수천편이 밀려드니까 처음 15초에서 승부해야 해요. 그때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줘야 하죠.” 그가 7년 노하우로 전하는 당선 비법이다. ‘공모전 업계’에 하고 싶은 말도 있단다. “요즘 공모전엔 신데렐라가 없어요. 현장 대신 애니메이션과 그래픽이 대세고 프로들의 세계가 되어 가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공모전을 연다면서 프로를 닮은 작품을 권하는 셈이에요. 아이디어와 밑바닥 정신을 높이 사는 공모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민정(33)씨
김민정(33)씨
지속가능한 공모전을 꿈꾼다 기획안 공모전 김민정

꼭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정주리도 그랬지만 직장인들에게 공모전은 듬직한 탈출구다. 부산도시공사 마케팅실에서 일하는 김민정(33·사진)씨는 입사 1년차 때부터 공모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홍보실에 있을 때였는데 부산시 다른 홍보담당자들과 함께 기업광고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입상했어요. 제가 올린 기획안이 늘 반려되고 수정되던 좌절의 신입사원 시기에 자신감을 찾았어요.”

홍보담당자들은 보통 출근하면 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론 동향을 살피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김민정씨는 광고면까지 꼼꼼히 살피며 광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물론 신문에만 실리는 깨알 같은 공모전 정보들을 캐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서울메트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네이밍·슬로건 공모전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시원소주 이름짓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쏘나타 자동차를 받기도 했다. “회사에서 이름 짓기를 할 때 여러번 담당을 맡다 보니 심사위원들이 어떤 이름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주최사가 부담 없이 홍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게 좋은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김민정씨는 “공모전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생소한 주제, 경쟁률이 낮은 곳부터 시작해보라”고 충고한다. 기획서, 광고 시안처럼 얼핏 전문적인 듯 보이지만 세상에 대해 관심을 넓히면 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저는 상금을 받으면 꼭 여행을 가요. 거기에서 다른 아이디어를 얻죠. 한번 붙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당선되는 거 같아요. 아이디어를 만드는 힘은 현장에서 느끼는 공감, 진정성 이런 거 같아요.”

입사 7년차 과장이 되었다. 언제까지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을까? 김민정씨는 최근 낸 부산발전연구원 공모전에 당선돼 상금과 함께 활동비를 받았다. 퇴근 뒤에는 시민연구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공모전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모임에 나갈 수 있는 행복한 경우다. “이젠 살고 있는 지역의 사안에 응모한다. 예전보다 상금은 줄었지만 즐겁다”는 그는 지속가능한 공모전 마니아다.

김혜리(가명·37)씨
김혜리(가명·37)씨
나의 매력을 알려라 여행수기 공모전 김혜리

김혜리(가명·37)씨는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여행의 재미에 눈을 떴다. 가난한 맞벌이 신혼부부가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 한 주류회사의 공모전에 낸 여행계획서가 덜컥 당선된 것이 시작이었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나자 다음은 한 피자회사 공모전 덕분에 피자의 본고장을 돌아다녔다. 하늘은 넓고 여행사 공모전은 많았다. 그는 1년의 절반은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여행계획서를 쓰고 나머지는 그 대륙을 밟아보았다.

“대부분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꿈을 키우면 나머지는 얻어걸렸어요. 한번 그렇게 다녀오면 내 돈 들여 여행할 수가 없죠.” 외국 관광청에서 주최한 공모전이 유일한 2등 기록이고, 어떤 공모전에선 20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은 절대 공모전 고수가 아니란다. ‘B급 고수’쯤 되는 그의 당선 비결이 뭘까? “여행 일정이란 게 빤하잖아요. 한 항공사 런던 여행 공모전을 예로 들면, 내가 얼마나 영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애썼죠. 여행계획서 사이사이로 셰익스피어나 해리 포터, 비틀스 이야기를 슬쩍슬쩍 흘리는 식이죠. 박물관과 뮤지컬도 얼마나 잘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은근히 어필하면서 개인적인 매력이 엿보일 수 있도록 쓰는 게 핵심이에요.” 성실하게 여행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짬짬이 슬로건도 응모했다. “한 문장 뽑아내서 그걸로 50만원 받으면 정말 짜릿해요.” 그에게도 원칙이 있다. “악덕 기업에서 하는 공모전은 응모 안 해요. 어떤 기업 공모전에 뽑히면 경쟁사 공모전에는 응모하지 않아요. 그건 상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모전에서 나를 뽑아준 기업을 위해 리뷰도 쓰고 리포트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회사일이 바빠 잠시 공모전 응모를 쉬고 있다는 그는 “언제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지 모르니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공모전은 그가 발견한 일상에서 짬을 주는 신세계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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