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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나누고 재활용…가구는 더 싸게 더 경쾌하게

등록 2014-12-31 20:20수정 2015-01-07 14:04

[매거진 esc] 2015년 주거 키워드-공유주택, 공간재활용, 저가 가구, 아웃도어 인테리어, 홈스타그램
가장 보수적이었던 시장, 주거·공간 분야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치있는 소비, 스토리텔링, 이케아 한국 상륙, 디지털 정체성 등을 주장하며 급변하는 2015년 건축·인테리어 트렌드를 미리 짚어보았다.

서울 성미산 마을에 지어진 셰어하우스 주택협동조합 1호 함께 주택. 박미향 기자
서울 성미산 마을에 지어진 셰어하우스 주택협동조합 1호 함께 주택. 박미향 기자

공유주택 지난 11월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이음채’가 집들이를 하면서 한국에도 공유주택 시장이 본격 열렸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유주택은 서대문구 홍은동, 중구 만리동, 종로구 창신동 등에 세워질 예정이다.

1인가구 확대가 한국만의 추세가 아닌 것처럼 공유주택도 우리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일본 셰어하우스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히쓰지 부동산에서 5년마다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일본 공유주택은 2013년 2만가구를 넘었다. 일본에선 공유주택은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 여유 있는 부자들이 외로움을 달래는 셰어하우스 등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화 길목에 들어서고 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선호하는 한국에선 좀 다른 형태의 제안도 나왔다. 12월9일부터 1월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협력적 주거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전시엔 황두진, 조남호, 김영옥 등 건축가를 비롯한 9팀이 참여해 공유주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 특히 건축가 조남호는 100가구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내 공간의 3분의 1을 공동 서재, 요리 교실, 반찬 가게로 쓸 수 있는 공동공간에 내주자는 ‘수직 마을 설계도’로 눈길을 끌었다.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박가희 큐레이터는 “4인을 기준으로 한 전통적 가족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데다 집을 소유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들이 대안적 주거환경을 찾고 있기 때문에 공유주택은 한국에서도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발코니를 최대로 넓힌 동서남북 테라스 하우스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발코니를 최대로 넓힌 동서남북 테라스 하우스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공간 재활용 2008년 문을 연 프랑스 104 박물관은 오래된 장례식장을 창작 겸 전시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2000년 옛 화력발전소 건물을 고쳐 만든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은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현대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올 3월 거리창작예술센터로 태어날 구의취수장. 서울문화재단 제공
올 3월 거리창작예술센터로 태어날 구의취수장. 서울문화재단 제공
올해는 한국에서도 오래된 공용공간들이 여럿 재활용될 전망이다. 구의취수장은 지하부터 지상까지 18m가 뚫려 있는 취수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올 3월 거리예술창작센터로 태어난다. 층고가 높은 연습 공간이 필요한 서커스 등 거리공연가들을 위한 무대로 꾸며지는 것이다. 10년 넘게 문 닫힌 채 방치됐던 김포가압장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센터로 개조돼 올해 말 문을 연다. 정수장 바깥에 있는 거대한 수조들은 가변형 공연장이나 체험·놀이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오랜 세월 녹슨 기름탱크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엔 원형탱크 내부의 빛 반사를 활용한 전시공간 등이 조성된다.

역사와 흔적을 간직한 공간을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고쳐 만들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이들 공간이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엮을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 조동희 축제기획팀장은 “지금 공간 재활용이라는 화두가 쏟아지는 것은 마침 산업사회의 유산들이 수명을 다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문화예술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가치나 영역은 끊임없이 확대되기 때문에 공간의 재활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안적 주거환경으로
공유주택 활성화
패스트 리빙으로
불황에도 아름답게

패스트리빙 시대를 알린 이케아 광명 매장의 개장 첫날 모습.
패스트리빙 시대를 알린 이케아 광명 매장의 개장 첫날 모습.
저가의 습격 싼값에 사서 짧게 쓰고 버리는 옷을 패스트패션이라고 한다. 2014년 10월 에이치앤홈 한국 매장 첫 개장에 이어 11월엔 자라홈, 12월 이케아까지 싼값에 살림살이를 파는 패스트리빙 업체들이 한국에 차례로 들어왔다. 2015년은 외국형 저가 살림살이가 한국 집안에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케아 코리아 김지훈 커머셜 피아르 매니저는 “이케아 코리아 광명점 개장 직후 3일 동안 약 4만8000명이 매장을 찾았다”며 “낮은 가격, 기능성 제품에 한국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신호”로 분석했다.

불황의 시대, 건축에서도 가격에 대한 고민은 크다. 주말용 집을 짓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립식주택이나 컨테이너주택 시장이 부쩍 성장하고 있다. 저비용 주택이라고 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표준화·규격화된 건축 요소를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짜맞추는 조립식주택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유지 관리비를 줄인 패시브 하우스 같은 집들이다. 지붕 대신 에어캡을 두른 제이와이아키텍츠의 벌교주택이나 집 바깥에 또 한겹의 집을 두른 박종혁 건축가의 고성 겹집 등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집들이다. 건축비를 낮추거나 에너지를 적게 들이거나, 이런 시도는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캠핑용품을 최대한 활용한 인테리어. 콜맨 제공
캠핑용품을 최대한 활용한 인테리어. 콜맨 제공

집 안으로 온 아웃도어 외국에서는 집 안에서도 그릴이나 텐트 같은 캠핑 장비를 활용하는 것을 인도어 캠핑이라고 부른다. 아파트가 대세인 한국에서는 캠핑 장비를 인테리어나 홈파티에서 활용하는 사람들을 ‘홈캠핑족’이라고 부른다. 집 안에 해먹을 걸기도 하고 거실에 야외용 랜턴을 걸어둔다.

등산용품 전문회사인 콜맨 쪽은 “홈캠핑, 옥상 캠핑 등을 하며 캠핑 소품으로 집 안 가구를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종종 이들을 대상으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모집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아웃도어 바람은 무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2015년 4가지 방향으로 베란다를 튼 동서남북 테라스하우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 평면 설계에 참여한 하우스 스타일 김주원 소장은 “결국 한국인이 원하는 것은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숨쉴 틈이 많은 공간일지도 모른다”며 “기존 아파트는 주로 남쪽에만 발코니를 냈지만 1~4층까지 저층에서 외부와 닿는 공간을 최대한 넓히니 빨래를 햇볕에 말리거나 작물을 키우거나 바비큐를 하는 등 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 안에서도 캠핑은 계속되어야 한다. 쭉.

락앤락 인스타그램. 락앤락 제공
락앤락 인스타그램. 락앤락 제공

홈스타그램 세대의 도래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 문자를 최소화하고 오직 사진만을 남기는 세대들은 자신이 사는 주거공간과 인테리어도 쉬지 않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인테리어다(www.interiorda.com) 김미영 실장은 “북유럽 인테리어가 대세를 이루면서 흰색과 나무로 집 안을 꾸미는 경향은 계속되겠지만 형광빛 도는 핑크, 따뜻한 민트 같은 몽환적인 컬러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홈스타그램 세대들은 챕터원, 짐블랑 같은 인테리어 편집숍에서 비싸더라도 수집욕이나 소장욕을 채우는 제품들을 하나하나 사들이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린다. 정형화된 인테리어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과감한 인테리어가 뜨는 것은 이런 세대들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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