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곱창에 국수를 말아 내는 건 본 적이 없다. 밥이나 국수나 비슷한데 왜 곱창에는 밥이었을까. 더러 곱창전골을 먹고 나면 굵은 면발의 우동국수를 말아 내는 경우는 있지만, 단독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없는 것 같다. 내 견문으로는 적어도 그렇다. 대만에는 곱창을 넣은 국수가 있다. 가느다란 면에 육수와 함께 곱창을 얹어 낸다. 패스트푸드식으로 종이그릇에 담아 팔 정도니 그 인기가 드높다.
곱창은 소의 소장이다. 소화액이 들어 있어서 별일이 없는 한 요리하기 편하다. 분홍색의 부드럽고 질깃한 장에 붙은 기름을 떼어내면 손질이 대충 끝난다. 더러는 수도꼭지에 곱창을 끼워서 흐르는 물로 씻어내야 할 때도 있다. 소가 먹고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나오기도 한다. 수돗물로 씻어내면 맛있고 구수한 곱도 빠지고 좋지 않다. 한번은 곱창을 손질하는데 울퉁불퉁한 입자들을 훑어냈더니, 옥수수 알갱이가 한 됫박 나왔다. 소가 남긴 생애의 흔적이다. 곱창은 굽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냥 구우면 질겨진다. 곱창은 낮은 불로 천천히 오래 익혀야 쫄깃하면서도 부들부들하게 씹힌다. 한국인은 성질이 급해서 오래 익힐 수가 없다. 게다가 싱싱한 분홍색의 곱창이 척 하니 내 식탁에 나와야 좋다고 한다. 불판에서 금세 익혀 먹으니 질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보통 황소나 거세우의 곱창은 크고 씹히는 맛이 좋아서 구이용으로 쓰고, 어린 암소의 곱창은 가느다란 편이어서 전골로 많이 쓴다. 잘 손질한 곱창을 넣고 고추기름이나 띄워 밥을 말아 먹으면 일품이다.
유럽도 곱창을 좋아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곱창으로 다양한 요리를 한다. 대개는 찜이나 전골식으로 끓이는데 한국식과 흡사하다. 로마의 곱창 요리는 유대인들의 게토에서 많이 먹었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없던 유대인들이 소의 부산물로 배를 채우면서 발달했다는 것이다. 먼저 곱창을 손질한 뒤 마늘을 친 올리브유나 소기름에 볶는다. 로즈메리 같은 허브와 육수를 넣고 푹 끓인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곱창찜이 된다. 다른 점은 한국보다 훨씬 오래 익혀서 아주 부드럽게 먹는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씹는 맛, 이탈리아인은 녹는 맛. 이 요리를 해 먹고 남으면 마치 곱창전골에 국수사리 넣듯, 파스타를 넣어 먹을 수도 있다. 흐물흐물하게 익은 곱창찜에 스파게티나 짧은 파스타를 넣고, 갈아낸 치즈를 팍 쳐서 먹으면 꿀맛이다. 징그럽다고? 기왕 죽인 소, 알뜰하게 먹어야 덜 죽인다.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 팔아본 적이 있다. 호오가 나뉜다. 파스타라면 뭔가 고상(?)하고 깔끔한 요리라는 선입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파스타는 사실, 온갖 지저분(?)해 보이는 재료를 다 쓴다. 동물의 위, 곱창, 허파 같은 내장은 모두 재료가 된다. 알고 보면, 세상은 다 똑같다. 내가 만들었던 곱창찜 파스타 맛의 비결은 소스에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창자의 곱이 넉넉해야 소스도 맛있다. 얼핏 보면 창자에 들어 있으므로 먹이가 소화된 ‘그것’ 같지만 실은 소화액이라고 한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있다. 칼로리가 높아서 겨울 음식으로 제격이다.
박찬일 요리사·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