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금구면 면사무소에 있는 ‘예촌’의 국수. 박미향 기자
사람들이 묻는다. “국수 잘 삶는 법은?” 복채부터 내시라. 노하우다.
우선 라면. 정답은 “봉지에 써 있는 대로”다. 라면 만드는 사람들은 과학적 장인(?) 더하기 박사들이다. 그들이 제시한 것이 최선이다. 물론 ‘틈’은 있다. 일종의 집단지성이랄까, 맛있게 끓이는 법이 공유된다. 그중에 근거 있는 것들이 꽤 있다. 스프는 면을 다 삶아서 불을 끄기 전에 넣는 게 좋다. 스프에 향이 응축되어 있다. 면과 함께 넣고 3, 4분 끓이면 아무래도 향이 많이 빠진다. 마지막 투입설은 꽤 그럴듯하다. 물론 라면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삶는 중에 면을 집게로 꺼내어 공기 중에 노출시키라는 내용도 있다. 실제로 좀더 쫄깃해진다는 게 텔레비전 프로그램 실험에서 밝혀졌다. ‘후숙’시키는 방법도 있다. 봉지에 써 있는 시간보다 덜 삶은 후 불은 끈 상태에서 뚜껑을 덮어 1분 둔다. 속까지 맞춤하게 익어서 적당히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워진다.
잔치국수도 비법이 있다. 삶는 중에 찬물을 서너 번에 나눠 조금씩 붓는다. 물의 온도가 조금 떨어지면서 속까지 고루 잘 익는다. 밀가루 냄새도 줄여줘서 깔끔해진다고 한다. 헹굴 때 얼음 넣은 물을 쓰는 것도 좋다. 냉면집의 비법이다. 그래서 냉면집 기술자들은 손이 빨갛다. 차가운 물에 늘 손을 담그기 때문이다. 국수 표면의 전분을 깔끔하게 떨어뜨리고 적당한 탄력을 준다.
스파게티도 잘 삶는 법이 인터넷에 널렸다. 상당수가 틀린 정보다. 삶은 후 벽에 던져서 익은 정도를 알아보라는 말은 절대 옳지 않다. 오래 삶아서 퍼진 국수가 더 잘 달라붙는다. 외국의 어떤 실없는 인간의 주장이 세계화된 경우다. 삶을 때 올리브유를 조금 넣으라는 말도 틀리다. 스파게티는 물에서 절대 달라붙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일반 밀가루가 아니고 듀럼밀, 즉 경질밀이라 전분이 잘 풀려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작은 솥에 너무 많은 양의 스파게티를 넣고 서로 들러붙을까봐 불안해서 올리브유를 넣는다. 올리브유를 넣으면, 스파게티 표면에 기름막이 생긴다. 소스와 볶을 때 겉돈다. 맛없는 스파게티가 된다. 솥에 국수를 조금만 넣어라. 2인분까지(220g)만 한 솥에 삶는 게 좋다. 그럼 4인분을 하려면? 2인분씩 두 솥. 한 가지 더. 스파게티를 삶은 후 아직 소스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기름을 뿌려두는 경우가 있다. 삶은 스파게티가 역시 잘 달라붙으니까. 이것도 좋지 않다. 그러니까 ‘소선면후’, 늘 소스 먼저 만들고 면을 삶아라.
냉면을 종종 만들어 먹는다. 육수? 오케이. 소고기 사태에 소뼈 약간. 푹 삶아서 고기 익으면 건지고 육수 간 잘 내면 끝난다. 문제는 면이다. 육수에 착착 감기고, 알뜰하고도 수굿하게 씹히는 맛! 메밀을 충분히 넣은 면이 팔팔 잘 삶아진 맛이 있어야 냉면의 완성. 잘 저어주고, 면끼리 서로 붙지 않게 잘 쳐다보고. 집 가스레인지가 견뎌낼 정도로 딱 2인분만 삶고. 친구들이나 식구들이 많이 몰려들었을 때 솜씨 발휘한다고 한꺼번에 5~6인분은 절대 삶지 않는 인내심까지.
모든 국수의 기본 조건이 있다. 센 불, 넉넉한 물이다. 물은 많이 넣고 불은 세야 좋다. 국수 사이로 뜨거운 물의 흐름이 자유로워야 골고루 잘 익는다. 국수의 시작은 면의 품질이다. 아무리 육수 잘 뽑고 고명 좋아도 면이 망가지면 맛이 없을 수밖에. 나라가 대참사를 피하자면,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고, 국수도 그렇게 잘 뽑고 삶아야 한다. 요리와 정치, 세상사가 이렇게 비슷한 줄이야.
박찬일 요리사·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