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공유하기
이번처럼 기사 ‘데스킹’(글을 다듬는 일)을 하며 몸을 들썩인 적이 없었습니다. 커버스토리 ‘바야흐로 굴의 계절’을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혼났습니다. 눈에는 탱탱한 우윳빛 굴의 자태가 아른거리고, 코에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맴돌았습니다. 급기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회사 앞 중국집에 가서 굴짬뽕을 주문하고야 말았습니다. 이전에도 그 집에서 먹어봤지만, 그날은 정말이지 내 생애 가장 맛있는 굴짬뽕이었습니다.
어릴 땐 싫어하다 어른이 되면서 좋아하게 되는 그런 음식이 있습니다. 나에겐 굴이 그렇고, 가지가 그렇습니다. 어린 나는 미끈거리고 물컹하고 징그럽게 생긴 생굴을 시뻘겋고 매운 초장에 푹 찍어 먹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없어서 못 먹죠. 역시나 미끈거리고 물컹한 가지도 좀처럼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양꼬치집 가면 양꼬치보다 가지볶음과 가지튀김을 더 많이 먹는 경지에 이르렀죠. 가지 요리를 특히 잘하는 양꼬치집을 아는데, 나중에 esc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살짝 귀띔해드리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일편단심 좋아하는 음식도 있습니다. 나에겐 떡볶이가 ‘인생 음식’입니다. 마흔줄 들어서도 떡볶이라면 소문난 맛집이든 평범한 노점이든 사족을 못 씁니다. 얼마 전엔 회사 부근 숙명여대 앞에서 맛있는 즉석떡볶이집을 발견하고 아이처럼 신나했더랬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그런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언젠가 ‘나만의 떡볶이 맛집’을 공유하는 기획을 해봐도 좋을 것 같군요. 맛있는 건 나눌수록 기쁨이 배가된다 믿으니까요.
문득 굴떡볶이 하는 집이 어디 없나 궁금해집니다. 뭐, 없으면 어때요? ‘백 주부’에 빙의해 집에서 만들면 되지요. 조만간 통영부터 가야겠습니다. 갖은 굴 요리를 실컷 먹고, 싱싱한 굴을 사와 굴떡볶이에 도전해봐야겠어요. 결과물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릴 테니 눈으로나마 함께 드실까요?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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