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공유하기
주말을 끼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2박4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까지 포함해 15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서 이틀 밤만 자고 오려니 좀 아쉽더군요. 멀리 떠나는 여행이란 게 그렇습디다. 이제 막 시차에 적응하고 지리도 익혀 본격적으로 즐길 만하면 돌아올 시간이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시차에 적응하느라 애먹곤 합니다. 피곤했는지 오른쪽 눈두덩에 다래끼가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자그레브 사람들은 순박해 보였습니다. 상인들은 바가지 씌우는 법이 없었고, 사람 많은 곳에서 사진을 찍을라치면 기꺼이 좋은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매사에 서두르는 법 없이 여유 있게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달 내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거겠죠. 우리도 그렇게 즐겨본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정도가 마지막일까요? 이제는 서울광장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됐습니다.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에선 분위기가 가라앉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기름진 음식에 지친 나는 얼큰한 국물이 간절했고, 집에는 마침 짬뽕라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이번주 요리면 짬뽕라면 비교 시식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진짬뽕을 끓여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 비웠습니다. 역시 라면만한 게 없습니다. 아직까진 진짬뽕만 먹어봤는데요, 팔도불짬뽕·맛짬뽕·갓짬뽕도 차차 맛봐야겠습니다. 전문가 평가는 평가대로 참고하고, 제 입맛에는 뭐가 잘 맞는지 가려봐야죠.
자그레브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바로 출근해 불꽃같은 마감을 이제 마무리해갑니다. 이 글마저 넘기고 나면 안과에 가야겠습니다. 다래끼를 달래고 다시 다음주 esc를 준비해야겠지요. 곧 성탄절입니다. 마음만은 따스한 성탄절이 되기를 바라며, 여행면으로 다 못 전한 자그레브 사진과 영상은 페이스북 페이지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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