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공유하기
“미쳤구나.” “돌았어.”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80일 안에 세계를 일주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을 게 분명합니다. 런던에서 동쪽으로 출발한 포그는 갖은 모험 끝에 79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런던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내기 돈 2만파운드를 챙기죠.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1873년 발표한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 내용입니다.
그로부터 140여년이 흘렀습니다. 이젠 가장 빠른 비행기로 지구 한 바퀴 도는 데 11시간30분밖에 안 걸린다고 합니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80일간 지구 160바퀴도 더 돌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지금도 세계일주에 나서겠다고 하면 똑같은 얘기를 들을 게 분명합니다. “미쳤구나.” “돌았어.” 일주일 여행도 쉽지 않을 만큼 어딘가에 꽉 매인 삶 탓이겠지요.
속박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세계일주에 나서는 이들 얘기를 담은 이번주 커버스토리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뭐 하나 맘대로 하기 힘든 세상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되고자 큰 결심을 한 그들이 부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꼭 세계일주가 아니면 어떤가요.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거겠죠.
저도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슬슬 꺼내볼까 합니다. 세계를 누비며 음악기행을 하는 겁니다. 영국에선 비틀스의 자취를, 미국에선 뉴올리언스 재즈, 델타 블루스부터 멤피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 디트로이트 모타운 솔, 동서부 힙합까지 훑으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거죠. 쿠바 재즈, 브라질 보사노바, 아르헨티나 탱고, 스페인 플라멩코, 포르투갈 파두 등으로까지 뻗어나가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리고 책을 내는 겁니다.
그 꿈을 이루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습니다. 다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이룰 꿈 하나씩 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제 책 나오면 하나씩 사주실 거죠?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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