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공유하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마지막회를 봤습니다. 왠지 남 같지 않았던 정환이가 덕선의 남편이 아니라는 결론, 아무리 사랑의 패자라 해도 마지막회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점도 섭섭했지만, 진짜 서운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그 따스하던 쌍문동 골목을 더는 보고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이 어릴 때 뛰어놀던 광경,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좁은 골목에서 딱지치기·구슬치기를 하고, 오징어·사방치기를 했습니다. 고무공으로 ‘짬뽕’(주먹야구)을 하고, 요즘은 밴드 혁오의 노래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와리가리’(왔다리갔다리)도 했습니다. 그냥 돌만 던져도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재미가 화수분처럼 솟아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동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유치원생 딸아이만 해도 집에 오면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대신 집에서 엄마·아빠·할머니랑 놉니다. 딱지치기 대신 ‘터닝메카드’ 카드놀이를 하고, 사방치기 대신 스마트폰 게임 ‘프렌즈팝’을 합니다. 아빠랑 숨바꼭질하는 걸 좋아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 또한 어디 숨었는지 빤히 보이는데도 모른 척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몸을 쓰는 게임을 하고 대자연을 누비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고 문득 그들은 실제로 뭘 하며 노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를 보니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세계가 있더군요. 어린이 생방송 토크쇼를 즐기고, 게임 중계 영상을 보고, 작은 음식모형을 ‘요리’하고, 이성교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사이에도 유튜브 스타가 있고, 선망하는 롤모델이 있었습니다. “요즘 초딩은 초딩 같지 않아”라거나 “요즘 애들 불쌍해” 하고 말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요즘입니다.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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