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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록 2016-02-24 20:23수정 2016-02-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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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당시엔 다수가 독일어나 불어를 택하는 분위기였고, 실용성을 따지며 중국어나 일어를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남들 다 하는 건 희소성이 떨어질 테고…,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는 스페인어가 앞으로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주저 없이 스페인어를 골랐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고등학교 3년 동안 스페인어는 딱 시험 볼 만큼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재미는커녕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뒤 스페인어는 까마득하게 잊혀져갔고, ‘아미고’, ‘세뇨리타’ 같은 몇몇 단어만 머리에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201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갔습니다. 일을 마치고 짬짬이 시내를 돌아보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를 빼면 팥소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뒤늦게 가우디의 삶과 건축물에 푹 빠졌습니다. 2012년 멕시코로 출장을 갔습니다. 미국 덕도 보고 피해도 보는 그저 그런 나라쯤으로 여기던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적지, 박물관 등에서 고대 아스테카 문명, 스페인의 식민 지배, 멕시코 혁명 등 역사를 훑고, 그 역사를 생생하게 담아낸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를 보며 심장박동이 빨라졌습니다. 이런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스페인어 공부를 재밌게 더 열심히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언어란 게 그런 것 같습니다. 그저 시험이나 의사소통만을 위한 공부라면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절반은 죽은 언어일 것입니다. 그 언어권의 삶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온전히 살아있는 언어를 받아들였다 할 것입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 스페인 미식여행을 보며 다시 한번 깨칩니다. 이 맛있는 음식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스페인어 공부 진짜 열심히 했을 텐데…. 언어는 잘 몰라도 다음에 스페인 가면 꼭 음식문화도 제대로 누려보리라, 다짐해봅니다.

서정민 esc팀장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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