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 웰빙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로 편안함, 아늑함 등을 뜻한다. 소박한 만남과 일상적인 생활습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근원으로 꼽히는데 올해 <휘게 라이프>라는 책이 나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크 비킹(38)을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코펜하겐에 위치한 ‘행복연구소’의 최고경영자다. 또한 덴마크 외교부와 정부 싱크탱크 ‘먼데이 모닝’ 등에서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해온 ‘행복 전문가’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부가 꼭 웰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 행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부와 웰빙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엄청난 경제적 성장과 부를 경험했지만 그것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이런 의문들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
-휘게 라이프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휘게’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행동을 규정하고, 행동은 우리의 행복을 규정한다. 덴마크에서 휘게라고 부르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름은 있어야 할 것이다. 덴마크식인 휘게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다.”
-결국 휘게 라이프는 행복하게 사는 방식인 것 같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을 물어본다. 첫째, 나 자신 또는 타인의 일상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둘째,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측정할 수 있는지, 셋째, 삶의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지다. 삶의 목적의식을 갖고 일상의 감정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볼 수 있다.”
-덴마크식 문화인 휘게가 한국에선 적용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다른 점을 너무 크게 생각한다. 차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덴마크, 영국, 미국, 중국, 인도 등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지만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코펜하겐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들이 서울에서도 똑같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본다.”
-왜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다고 보나?
“덴마크인들은 부와 행복을 분리하는 데 유난히 뛰어나다. 덴마크인들은 기본적인 삶의 요건이 갖춰진 뒤, 더 많은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사람들에게 더욱 질 높은 삶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집중했다. 그것이 가장 행복한 국가가 된 동력이다.”
-현재 한국은 건국 이래 최대 정치스캔들로 인해 국민들이 좌절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지금 한국에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나는 한 달 전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국민들이 자국의 정치인들에게 더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기 위해, 강력하지만 평화롭게 모였다는 것은 대단하고 효과적이며 고무적이다. 한국인들, 정말 훌륭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