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자낙스, 스틸녹스, 코데인, 발륨, 미다졸람….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이런 전문 의약품 이름을 온 국민이 줄줄 외우게 된 건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모두 청와대가 구입한 것으로 밝혀진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향정신성’, 말 그대로 약 효과가 정신으로 향하는 의약품으로 환각, 각성 효과를 내고 중독성도 강하다. 병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지만 누군가에겐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마약 역할을 한다. 습관성 오남용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행복감에 도달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이 약품에 기대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프로포폴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투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더욱 유명세를 탄 프로포폴은 진정 효과가 강력하다. 소량만 맞아도 고양감(기분이 붕 뜨는 느낌), 환각, 탈억제(비몽사몽간에 본능적인 행동을 하는 것) 등을 불러온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환각용으로 오용해 처벌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프로포폴에 의존한다. 마이클 잭슨은 신경안정제 중독에 더해, 과다 투여로 인한 급성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진 바 있다. 흰색이어서 ‘우유주사’로도 불린다.
자낙스(성분명 알프라졸람), 발륨(성분명 디아제팜), 미다졸람은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신경안정제 성분 계열의 약품이다. 같은 신경안정제인 졸피뎀 성분으로 만드는 스틸녹스도 작용기전은 유사하다. 이들 약물은 가바(GABA)라는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주로 작용하여 불안, 불면 등의 질환에 대한 단기적 치료 용도로 사용된다. 불안이라는 불쾌한 정서를 억제하여 기분을 편하게 하거나, 약간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불안감을 완화하고 잠깐의 몽롱함이 주는 쾌감이 이런 약물에 중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데인은 아편양 제제(아편과 유사한 속성을 갖는 계열의 물질)로, 마약성 진통제다. 주로 천식, 비염 등 호흡기 질환에 처방된다. 문제는 이 코데인이 신체에서 대사되면서 마약 성분인 모르핀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습관적으로 또는 다량 사용하면 호흡 억제뿐만 아니라 의존성에 빠지게 된다.
‘그분’이 이들 약품을 오남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어떤 용도였을까.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만약 청와대에서 이러한 약들을 의학적 용도 이외로 썼다면 일반 마약중독자처럼 행복감, 쾌락 등을 추구했다기보다는 현실정치에서의 권력싸움, 의심, 피해의식 등으로 인한 불안, 불면 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게 대통령이든 평범한 국민이든, 약으로 손쉽게 정신 상태를 조절하려고 하는 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