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웃음을 추구하는 ESC가 가상의 ‘ESC 공화국’을 그려봤다. 모두가 즐겁게 사는 나라에 관한 상상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이처럼 절절하게 우리의 속마음을 표현한 노래가 또 있을까? 가슴을 콕콕 때리는 ‘사이다’ 노랫말처럼 즐기며 살 수 없을까?
ESC 공화국에선 가능하다. 만 18살 이상의 모든 시민에게 매월 50만원의 ‘놀먹즐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일을 하든 안 하든, 소득이 높든 적든 안심하고 놀고, 먹고, 즐길 수 있도록 100% 현금으로 준다. 아등바등 발버둥 쳐도 100년을 채 못 사는 게 인생, 폼 나게 놀다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ESC 공화국의 핵심 정책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뿐 아니라 행복추구권도 보장돼야 한다. 행복추구권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선 의료·교육·주거를 무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돈 없어서 못 노는 불상사도 용인하지 않는다.
‘놀먹즐 기본소득’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써야 한다. 카페와 식당, 술집에서 먹는 즐거움, 미용실과 옷·신발가게에서 예뻐지는 즐거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에서 노는 즐거움, 교통비와 주유비 등 여행하는 즐거움, 서점과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즐거움 등 즐거움에 제한은 없다. 호텔과 모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이 돈을 개인의 즐거움을 증진하는 데 썼다는 걸 증빙할 수 있는 영수증과 인증샷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인증샷은 각 동·읍사무소에서 매달 진행되는 ‘놀먹즐 콘테스트’에 자동으로 출품된다. 기발한 놀이문화, 맛집과 음식, 익살스런 표정과 자세, 예사롭지 않은 패션 감각 등이 담겨 있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고주망태 취해 있다거나, 클럽에서 부킹에 성공했다거나, 새로운 폭탄주 제조법을 개발했다거나, 여럿이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심사 결과 최고점을 받은 인증샷의 주인공에게는 100만원의 상금과 제주도 여행권 2장이 주어진다.
노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 즐기자, 누리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