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앙:단팥 인생 이야기>의 한 장면. 영화 갈무리.
지난해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 지브이(GV. 관객과의 대화)의 패널로 참여한 적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를 다룬 영화를 접했습니다. 그 가운데 눈물을 쏟으며 봤던 영화가 있습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주인공은 한센병에 걸린 도쿠에 할머니입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소중한 몇 날을 일본 전통빵의 팥소를 만들며 보냅니다. 그 단것으로 주인과 손님들의 상처를 보듬고 교감하며 치유합니다. 좁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1초, 2초 시간을 재며 팥소를 삶던 장면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 마음으로 ESC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발행을 멈추었습니다. 지난 6주 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습니다. 팍팍한 세상, 더 깊은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갈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제 그 고민의 결실을 내놓습니다.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ESC는 시즌2의 구호를 ‘세상의 모든 즐거움’으로 정했습니다. 진정한 즐거움을 깊이있게 보도하겠습니다. 매 호 알파벳 A~Z를 키워드 시작글자로 삼아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지구 끝, 우주 밖까지 추적하겠습니다. 커버스토리를 1~5면까지 펼쳐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즐거운 삶에 도움될 만한 소소한 이야기를 콩트, 만화, 인터뷰 등에 함께 엮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고 즐겁게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A에서 시작하여 Z에 이르기까지 집중보도할 즐거운 주제를 제안해주시면 함께 의논해 보겠습니다. 다음호는 B입니다. B의 주제를 맞히시는 분께는 그리스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드립니다. 제 메일로 보내주세요. 도쿠에가 팥소를 끓이듯 정성스럽게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담아보겠습니다.
박미향 ESC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