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를 볼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스크린 가득 채울 싱싱한 생선은 아마 제 마음을 흔들겠지요. 더구나 흑백영화라니요! 호기심이 천배, 만배는 커집니다.
흑백 영상은 제게 특별합니다. 학창 시절 컴컴한 암실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고약한 약품 냄새를 참으며 흑백사진을 뽑아냈습니다. 필름에 담은 컬러 세상이 한순간 검거나 흰 세상으로 바뀌는 순간은 경이로웠습니다.
그 순간, 생각의 틈이 생겼어요. 상상의 공간이 열린 거였죠. 까만 차는 빨간색일까? 검은색일까? 행인이 입은 옷은 녹색일까? 보라색일까? 아이의 입술이 닿은 쥐색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되는 걸까? 뇌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생각이 어디론가 뻗어 나갑니다.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죠. 컬러는 애초 상상 자체를 차단합니다. 실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색이죠. 상상은 힘이 됩니다. 도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도 ‘미스터리한 여행’에 도전하게 된 건 오로지 몰입했던 상상 때문이었죠.
이번주 ESC 커버 ‘홈카페·홈바 만들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상이 큰 힘이 되겠더군요. 발코니에 상상했던 찻장을 두고, 부엌에도 공상했던 바 조명을 달면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그건 가슴 벅찬 일이 됩니다. 당신의 상상은 ‘레이어드 홈’(여러 옷을 겹쳐 입듯이 집의 기능에 여러 용도가 더해져 새로워진 집)이 됩니다. ‘집콕’ 생활 장기화에 괴로우신 분, 상상을 기반으로 한 ‘레이어드 홈’을 만들어보시죠. 그 방법, ESC가 준비했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