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숍 이용하기 전의 김봉규 <한겨레> 출판사진부장.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바버숍을 이용하면 ‘아재’에서 ‘신사’가 될까. 그래서 김봉규 <한겨레> 출판사진부장이 나섰다. “회사에 수염을 기른 사람이 몇 안 되고…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생체실험 대상이 되기로 했다.” 김 부장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전형적인 아저씨다. 몇몇은 우스갯소리로 ‘산도적 같다’고 놀린다. 그가 미용실에 가는 횟수는 1년에 4번(설·한식·추석·연말 즈음)뿐이고, 수염은 15일~한달 주기로 자른다. 김 부장은 “현장을 뛰는 일선 기자가 아니라 데스크라서 덥수룩하게 하고 있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4월 초 머리를 잘랐고, 수염은 보름 길렀다”는 이 어마어마한(?) 고객을 담당한 이는 ‘헤아’의 3년차 바버 이용휘(32)씨다. 이발은 지난 5일 진행됐다. 김 부장은 “머리는 단정하게 다듬고 수염은 전부 밀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씨는 “다소 무거운 옆머리를 가볍게 보이게 해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이라며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 강렬하게 드러나 잘생긴 외모가 살아나고 2~3살 젊어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샴푸를 시작으로 이발이 진행됐다. 1시간여 이발 시간 동안 1명의 고객을 응대한다는 점, 바버와 고객이 컷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나눈다는 점, 컷 마지막에 면도칼로 이마 등에 난 잔 머리카락을 다 잘라 얼굴선을 잡아주는 점이 특이했다. 김 부장은 “가위를 쓰는 바버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바버숍 이용 후의 김봉규 <한겨레> 출판사진부장.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바버는 면도도 담당한다. 스팀 타월, 비누거품, 면도칼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스팀 타월이 얼굴에 얹어졌다. 김 부장은 “뜨거운 수건이 피부에 닿을 때의 찌릿함을 10년 만에 느껴본다”며 감격해했다. 30여분 면도 내내, 피부의 자극과 상처 예방을 목적으로 스팀을 분사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면도 직후엔 소독·진정-스킨-로션 순으로 마무리가 진행됐다.
컷과 면도 시술 비용은 13만2000원(컷 7만7000원·면도 5만5000원). 다소 비싸긴 했지만 1시간30분 동안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니, 이런! ‘아재 김봉규’가 ‘신사 백윤식’이 되어 있었다. 아니,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확 변신하진 않았지만 ‘투자 효과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김 부장 역시 “힐링의 시간이었고, 대접받는 느낌에 편안하고 행복했다”고 만족해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1. 이발을 하기 전 물을 뿌려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2. 본격적으로 이발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3. ‘헤아’의 이용휘 바버가 김봉규 부장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머리 모양 손질을 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4. 이용휘 바버가 김봉규 <한겨레> 출판사진부장의 수염을 깎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5. 이용휘 바버가 면도칼로 마지막 수염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바버숍(BARBER SHOP)
이발소의 현대적 개념. 과거와 달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세련된 서비스가 특징. 커트, 파마, 염색은 물론 면도 서비스까지 남성 헤어스타일에 특화된 곳. 향수, 화장품, 옷, 신발 등을 갖추고 남성 토털 스타일숍을 지향하는 곳도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