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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만년필 오래쓰는 법…만년필 궁금증 A~Z

등록 2017-10-26 11:13수정 2017-10-26 15:00

커버스토리
펜에 대한 궁금증 A~Z
잘 안 부러지고 오래 쓰는 샤프 펜슬
최근 가성비 높은 만년필 잇따라 출시
쓰거나 그리면 입체로 구현되는 3D 펜
디지털기기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펜도
디지털 시대에도 펜은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단순히 기록하는 수단이 아닌 손으로 표현해내는 글과 그림의 매력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디지털 시대에도 펜은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단순히 기록하는 수단이 아닌 손으로 표현해내는 글과 그림의 매력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문구의 모험>의 저자 제임스 워드는 “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해 용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지만 이성적 편리함을 넘어서는 감성적 가치가 빛을 발하는 때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전자우편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요즈음에도 펜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손글씨와 손편지에서 묻어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때문이다. 최근 만년필은 중·장년 세대를 뛰어넘어 젊은 세대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면엔 ‘쓰는 사람의 진심을 가장 진실하게 기록하는 필기구’라는 인식이 있다. 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업계 종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모나미 153볼펜. 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볼펜. 모나미 제공
Q 펜의 종류가 궁금하다

“연필, 샤프, 색연필, 만년필, 딥펜, 파스텔, 목탄, 콩테, 마카, 사인펜, 형광펜, 매직, 붓펜 등 다양하다. 펜은 연필보다 강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어서 세밀하고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

Q 연필심의 강도와 색상을 결정짓는 요소는?

“연필의 심은 흑연에 점토를 섞어 1000℃ 이상에서 구워 만든다. 연필심의 단단함(Hard)과 진함(Black)은 점토와 흑연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며 9H부터 9B까지로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단단하고 진하다. 점토를 많이 넣으면 단단해지고, 흑연을 많이 넣으면 짙고 부드러워진다. 흑연심이 연필의 중앙에 정확히 위치해야 하며, 바닥에 굴렸을 때 균일하게 굴러가야 좋은 연필이다. 고가 연필 브랜드로는 파버카스텔, 미쓰비시 연필, 야드오레드가 있다.”

오로라 ‘디아만테’ 만년필. 비즈 코리아 제공
오로라 ‘디아만테’ 만년필. 비즈 코리아 제공
Q 부러지지 않는 샤프가 있다?

“샤프의 단점은 떨어뜨리면 샤프심이 동강 나 못 쓴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 일본 필기구 제조회사 플래티나 ‘오레뉴 샤프’, 일본 제브라의 ‘델가드 샤프’다. 꾹 눌러써 샤프심을 자주 부러뜨리는 분들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샤프심을 끝까지 다 쓰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한 ‘제로심 샤프’(플래티나)도 시중에 나와 있다.”

Q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펜은?

“모나미 ‘153 볼펜’이다. 육각 형태의 몸체(볼펜 축), 머리(선축), 노크(후방 캡), 스프링, 볼펜심 등 총 5개의 꼭 필요한 부품으로 구성돼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에 깔끔한 필기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높아 국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63년 출시 당시 가격은 서울 시내버스 요금 및 신문 한 부 가격에 상응하는 15원이었고, 현재도 한 자루 가격이 300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약 37억 자루 이상 생산됐으며, 이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자그마치 지구 둘레(약 4만㎞)를 12번 왕복한 길이와 같다.”

Q 만년필 주 고객층은 수험생과 고시생?

“만년필은 눌러쓰지 않아도 종이에 촉이 닿는 순간 잉크가 나온다. 오래 써도 손이 아프거나 피로하지 않아 필기를 많이 해야 하는 수험생과 고시생, 작가들이 주로 쓴다. 만년필 이전 단계의 딥펜은 베토벤이 사용했던 깃털 펜과 흡사하다. 만년필처럼 잉크를 저장하는 공간이 없고, 쓸 때마다 찍어 사용한다. 형광·야광·인쇄용 등 다양하게 잉크를 사용할 수 있어 미술학도나 화가가 애용하는 편이다. 컬러링이나 캘리그래피(손글씨를 이용한 시각예술) 용도로도 많이 쓴다.”

Q 만년필은 중고시장이 없다?

“과거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가 높은, 독일 필기구 회사 라미의 ‘사파리’, 모나미 ‘올리카’ 등의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만년필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저가 브랜드 전문 판매채널인 다이소에서도 만년필을 판매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컬러링과 캘리그래피, 손글씨와 필사가 유행하면서 플래티나 ‘프레피 만년필’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중고 시장은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다. 마니아 사이에서 극히 일부분만 유통될 뿐이다. 그 이유는 만년필이 내가 길들이는 ‘유일한’ 필기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년필을 11시 방향으로, 45도 각도로 쓰는 사람에게 길들여진 만년필을 다른 사람이 쓴다면 최적의 필기감을 느낄 수 없다. 만년필을 진돗개(한 주인만 섬기는 펜)라고 부르는 이유다.”

Q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펜은?

“이탈리아 고급 필기구 제작사 오로라가 선보인 세상에 하나뿐인 만년필 ‘디아만테’의 가격은 100만유로(한화로 약 18억원)이다. 회사 창립해인 1919년을 기념해 몸체에 박은 1919개의 다이아몬드는 30캐럿이 넘는다. 금속재료는 18K 화이트 골드를 사용했다. 이 만년필은 매년 운 좋은 한 사람만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데, 중동의 석유 재벌들이 (증여 수단 등으로) 주로 구입했다고 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만년필을 유산으로 물려주기도 한다.”

Q 필기구의 베스트셀러를 꼽으라면?

“국내에서 근래 가장 인기있는 모델은 라미의 ‘사파리’다. 매년 새로운 색상의 한정판이 나오는데, 디자인이 예뻐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높다. 베스트 필기구로는 몽블랑의 만년필 ‘마이스터슈튀크149’와 펠리칸의 만년필 ‘소버렌 엠(M)1000’을 꼽을 수 있겠다. 둘 다 세계적으로 명성과 인기가 높은 만년필이다. 두 제품 모두 피스톤 필러의 잉크 충전 방식에 대형 촉을 탑재하고, 연성의 필기감을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149’는 1990년 10월3일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와 동독의 로타어 데메지에르 총리가 독일 통일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혼불>의 최명희 작가와 <토지>의 박경리 작가도 ‘149’ 애호가였다.”

Q 펜에 접목된 과학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

“1970년대 모나미는 국내 최초 컴퓨터용 사인펜 ‘어데나’를 개발했다. 일반 사인펜과 달리 잉크에 컴퓨터가 감지하는 색소를 첨가해, 국내에서 과학적 기술을 접목한 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글씨나 그림을 곧바로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3D 펜도 출시됐다. 펜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뜨거운 펜촉에 녹은 플라스틱이 흘러나와 굳으면서 입체적인 작품을 구현하는 원리다. 모나미의 ‘전도성 펜’은 잉크에 전도성이 높은 금속 입자가 함유돼 전선 없이 볼펜만으로 전기회로를 그릴 수 있다.”

Q 디지털 펜 기술 어디까지 왔나?

“몽블랑은 지난해 노트에 필기한 내용을 디지털 기기로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 노트 ‘오그멘티드 페이퍼’를 내놨다. 디지털 잉크 기술을 탑재해, 손으로 종이 노트에 직접 쓴 손글씨를 디지타이저가 인식하는 방식이다. 노트에 부착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 필기 내용이 디지털 기기로 전송된다. 그러면 세계 12개 언어를 인식해 텍스트 혹은 이미지로 변환된다. ‘몰스킨 스마트 라이팅 세트’도 노트에 펜으로 쓰고 그린 모든 내용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용 제품인 ‘몰스킨 펜+’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부착돼 있어 전용 노트(페이퍼 태블릿)에 글씨를 쓰거나 표·그림을 그리면 모든 내용이 녹화되며,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 기기로 전송된다. 피디에프(PDF)는 물론 제이피지(JPG), 피엔지(PNG) 등 다양한 파일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만년필 오랫동안 잘 사용하려면?

만년필은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다.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만년필에선 세월의 정취가 묻어난다. 취업한 딸에게 아버지가 선물하는 만년필, 승진한 남편의 축하 선물인 아내의 만년필에는 펜의 값어치보다 더 뭉클한 사랑이 녹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선물한 이의 정성과 마음을 느끼게 하는 선물이 바로 만년필이다. 이렇게 소중한 만년필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서는 잘 고르고, 잘 관리해야 한다.

구입법

업무용인지 일상용인지 사용 목적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무게, 배럴 굵기, 펜촉의 크기 등에 따라 손에 잡히는 느낌과 필기감이 달라지므로 직접 써보면서 펜촉과 몸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년필 촉의 굵기는 제일 가는 유이에프(UEF. 울트라EF·0.3㎜), 세필촉인 이에프(EF. Extra Fine·0.5㎜), 평균 굵기인 에프(F. 0.7㎜), 굵은 엠(M. Medium·1.0㎜)촉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필기를 하면 할수록 만년필촉 끝부분이 마모되면서 약간씩 굵어지므로, 처음 구입할 때는 한 단계 가는 촉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노트필기 하는 학생, 다이어리를 쓰는 여성이라면 세필 만년필(EF촉), 편지와 일기 등 일상적인 글쓰기에는 보통촉(F), 서명이나 조인식 등에는 엠촉이 적합하다.

관리법

▲만년필 컨버터를 이용해 세척은 한달에 한번 꼭 해준다. 촉만 하지 말고 캡 안쪽도 반드시 닦아줘야 한다. 보관할 때 촉은 항상 위를 향하게 한다. 만년필 전용 주머니에 넣어 보관한다.
▲만년필 사용 때 강하게 눌러쓰면 촉이 벌어질 수 있다. 손에 힘을 빼고 펜촉 끝부분의 두 쪽이 균일하게 닿을 수 있게 잡고, 부드럽게 필기해야 한다.
▲만년필을 아낀다고 ‘모셔만’ 놓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매일 필기를 해서 잉크가 피드(잉크가 지나가는 관)를 통해 흐르게 해야 피드가 막히지 않고 촉에 잉크가 말라서 고착화되지 않는다.
▲만년필 잉크는 마르는 성질이 있다. 2주만 지나도 절반 정도 날아간다. 필기를 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반드시 닫아두자. 밀폐력이 좋아 2년 동안 잉크가 마르지 않는 일본의 필기구 회사 플래티나의 ‘센추리’는 예외다.
▲잘못된 필기 습관은 만년필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좋은 종이, 좋은 잉크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 재생지나 좋지 않은 종이를 쓰면 종이 찌꺼기가 슬릿(만년필 닙의 갈라진 틈)을 통해 올라가 끼일 수도 있다. 만년필 전용 잉크를 써야 촉의 부식을 예방할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도움말 몽블랑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김혜경 부장, 장익수 비즈코리아 부장, 모나미 강성초 연구소장, 정민경 펜마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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