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주 친구들과 탕수육을 앞에 두고 해묵은 논쟁을 목숨(?) 걸고 했죠. ‘찍먹(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음)파’냐 ‘부먹(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음)파’냐! 침 튀기게 싸웠습니다. 둘 중 뭐가 본질의 맛을 더 잘 구현하느냐가 논쟁의 쟁점이었습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게 제 친구들의 특징이죠.) 그러다가 돈가스 얘기로 넘어갔습니다.
서기 675년 선포한 일본의 육식금지령을 살피지 않고는 돈가스의 역사를 정리할 수 없습니다. 금지령은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메이지 시대에 풀립니다. 왜소한 체구의 일본인과 비교해 서양인들은 우람했고, 일본인들은 그 차이를 육식에서 찾았죠. 도톰한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돈가스도 그런 배경에서 탄생한 음식입니다.
재밌는 건, 육식금지령에도 16세기엔 육식이 암암리에 펴졌다는 겁니다. 쫄깃하고 고소한, 치명적인 고기 맛을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서냐고요? 아닙니다. 당시 육식이 주식인 외국인 신부들은 농민에게서 송아지를 사 먹었는데, 신자가 된 일본인들에게도 나눠줬던 거죠. 일본음식사를 정리한 책엔 신부가 400명의 신도를 초청해 수소 한 마리를 잡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1557년 일입니다. 1868년부터 40여년간 이어온 메이지 시대보다 훨씬 전의 일이니, 대중의 식문화란 게 국가의 법령만으로는 규격화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괴식을 즐긴다고 합니다. 라면에 우유를 넣고, 살아 있는 새우나 랍스터도 같이 끓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맛을 창조한다는 거죠. 괴식은 놀이이자 아트인 겁니다. 그런가 하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주목받으면서 건강한 제철식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다른 요리가 우리의 식탁을 차례로 차지하면서 한국의 식문화도 제 갈 길을 가고 있어요. 일본의 육식 문화처럼요. 그래서 이번 호에 다뤄봤습니다. 창조적인 괴식의 신도 모셨고, 독자 공모전도 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신메뉴도 개발해봤습니다. 친구들과 ‘괴식파’냐 ‘리틀 포레스트파’냐 새로운 논쟁이 시작될 듯합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