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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만발 ‘나애미’…엉뚱해서 배꼽 빠져요!

등록 2018-04-18 20:09수정 2018-04-19 10:19

[ESC] 이모티콘 ‘나애미’ 탄생시킨 박진호 주턴 대표
허를 찌르는 ‘억척 아줌마’ 이용자들 환호
깜찍한 ‘삼도 사투리’ ‘뽀야’도 사랑 독차지
생활밀착형 캐릭터·소재가 인기 비결
‘나애미’ 이모티콘 캐릭터를 만든 ‘주턴’의 박진호씨.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나애미’ 이모티콘 캐릭터를 만든 ‘주턴’의 박진호씨.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아싸~, 먹고 떨어져, 씹어 먹을래, 시방 씹는 겨? 드루와 드루와!! 할 말은 다 한다. 기분 좋을 땐 엉덩이를 흔들고, 웃을 땐 방귀를 뀌며, 눈을 가리고는 볼 건 다 본다. 어딘지 친숙하지 않은가. ‘나애미’가 그려내는 엄마와 아줌마의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나애미는 2014년 박진호(48) 대표가 이끄는 캐릭터 개발업체 ‘주턴’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주턴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첫마디부터 “꼭 인터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애미’ 캐릭터가 너무 독특할 뿐 아니라 ‘혹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할 만큼 공감 100%였다. 어릴 적 엄마를 보는 듯해 친근했다. 귀엽고 깜찍한 동물이나 캐릭터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이모티콘 시장에서 아줌마로 승부를 걸다니. 어쩌면 무모한 선택이 아닌가.

“애초부터 ‘아줌마’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찾아보니, 아줌마였을 뿐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이모티콘은 20~30대 여성들이 주로 구매했다.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나애미의 실패는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나애미는 소리 소문 없이 ‘줌마러시’로 입소문을 타, 카카오의 대표 ‘중년 이모티콘’으로 자리잡았다. 이변이었다. 비결은 친숙함과 허를 찌르는 말과 행동.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억척스러움과 어디에든 주저 없이 들이대는 ‘깡’이다. 무엇보다 뽀글뽀글한 파머머리에 노랑 티셔츠와 분홍색 촌스러운 바지 등 1960~80년대 아줌마를 연상하게 하는 촌티 패션이 단연 화제였다.

“누나가 셋 있다. 미혼일 땐 멋 내고 하더니 결혼 후엔 전형적인 아줌마가 되더라. 짧게 잘라 파마하고, 청바지 대신 무릎 튀어나온 면바지를 입고. 하지만 당당했다. 나애미는 여기에서 착안한 거다.”

‘나애미’라는 발상의 전환은, 이모티콘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아줌마 캐릭터 출시가 봇물을 이루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30~40대의 카톡 이모티콘 구입이 점점 늘면서 대체할 수 없는 대표 아줌마 이모티콘이 됐다. 엄마·친구·아내한테 선물하는 용도로 쓰인다. 카카오에 따르면 주턴이 개발한 ‘삼도 사투리’와 더불어 카카오톡 이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이모티콘 상위 3위 안에 든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ㅎㅎ’ ‘ㅋㅋ’ ‘ㅋㄷㅋㄷ’ 등을 함께 올리며 웃는다.

‘나애미’ 이모티콘.  주턴 제공
‘나애미’ 이모티콘. 주턴 제공
나애미의 성공 뒤에는 20년째 캐릭터 개발에 몸담은 박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9년 바른손 캐릭터 사업부에 입사하며 수많은 캐릭터들과 인연을 맺었다. 2001년 퇴사한 뒤 주턴을 창립해 농심, 진로, 대웅제약 등 기업들의 캐릭터를 만들며 실력을 쌓았다. 이모티콘 캐릭터 개발은 메신저 프로그램 ‘마이피플’ 론칭에 맞춰 2013년 선보인 ‘하양수’ ‘샤방가이’ ‘오리지랄’ 등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주턴이 개발해온 이모티콘의 특징은 우리의 이웃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듯 현실감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통통 튀는 대사와 행동으로 이용자들에게 즐거움과 쾌감을 선사하는 점도 인기 비결 중의 하나다. 첫 히트작인 ‘하양수’의 경우, 그가 대학 졸업 당시 직접 보고 겪었던 아이엠에프(IMF) 때 취준생들의 아픔과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담았다. 10~20대 청년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나애미의 경우, 당장이라도 옆에서 “내가 애미다!” 하고 나타날 것같이 친숙한 아줌마 그 자체다. 30~40대 여성들이 무한 애정을 주는 캐릭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대표는 “엄마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자식을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까지 기꺼이 포기하는 모성애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이어 선보인 ‘삼도 사투리’와 ‘뽀야’ 역시 주턴의 여타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소녀들의 대화를 통해 지역감정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삼도 사투리’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토끼 인형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뽀야’의 경우 역경을 헤쳐 나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줌마, 청년, 여학생은 있는데, 아저씨 이모티콘은 왜 없을까. 나애미 남편이나 자녀들이 이모티콘으로 나와도 반응이 썩 좋았을 것 같다. 그는 “원래 나애미 남편과 딸도 있다. (실제 출시된 이모티콘 시리즈 중에 ‘썩끄지라’ 편에 남편이 숨어 있다! 머리숱 없는 키 작은 아저씨다.) 가정의 달 5월에 맞춰 스페셜판을 만들어볼까 검토한 적도 있다. 뭔가 신비롭게 하나쯤은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 유보했다”며 웃었다.

‘주턴’ 사무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주턴’ 사무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우리가 만든 이모티콘이 곧 나와 주턴의 얼굴인데, 유행과 인기, 다운로드나 매출만 좇아 이모티콘을 찍어내고 싶지는 않다.” 주턴의 캐릭터 개발 원칙은 철저하게 팀워크 중심이다. 그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시장 예측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시 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는 “새로운 시리즈 출시가 더뎠던 이유 중의 하나”라며 “노하우와 경험이 쌓인 만큼 앞으로는 제작 기간이 짧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달 중으로 ‘삼도 사투리’의 여섯번째 시리즈도 내놓을 예정이다.

주턴의 이모티콘 중에는 유독 동물이 없다. 그는 “내 경험을 녹이기도 했고, 첫 작품이라 그런지 ‘하양수’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많다”며 리뉴얼해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동물 중에는 토끼 이모티콘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로망이자 과제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동물로는 오히려 더 친숙한데, 왜 굳이 토끼일까. 더구나 토끼 이모티콘은 수없이 많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는 “토끼, 곰, 강아지 등의 캐릭터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차별화하기 어렵기도 하다”며 “이미 많이 익숙한 것을 정말 독특하고 독창적으로 만들었을 때라야 창의적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말 기준 20억건의 이모티콘 수다가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용될 정도로 이모티콘 캐릭터는 ‘카톡 필수품’이 됐다. 이는 누구나 아이디어와 그림 실력이 있으면 내가 개발한 이모티콘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애미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도 ‘아! 그래 이거야!’ ‘이런 대화를 원했어!’ 반응이 올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주턴이 개발한 이모티콘 캐릭터 열전

‘하양수’ 이모티콘. 주턴 제공
‘하양수’ 이모티콘. 주턴 제공
하양수

주턴이 개발한 청년 캐릭터 이모티콘. 취업난과 더불어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는 20대, 즉 ‘88만원 세대’를 모티브로 삼아 2012년 메신저 프로그램 ‘마이피플’에서 첫선을 보였다.

힘들게 취직해서 대부분 비정규직, 월평균 급여는 88만원에 불과한 이들의 알싸한 인생을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했다.

나애미

억척스러운 한국 아줌마의 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 짧은 파마머리에 촌스러운 노란색 티셔츠와 분홍색 펑퍼짐한 바지 차림이 친숙하면서도 사랑스럽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저돌적이고 과감한 말과 행동은 절로 배꼽을 잡게 만든다. 나애미와 유쾌한 톡, 나애미와 함께 폭풍 톡, 나애미와 취향저격 톡, 나애미와 솔찍담백 톡, 나애미와 진심폭발 톡, 나애미와 백퍼 리얼 톡, 나애미와 화끈후끈 톡 등 8개 시리즈가 출시됐다.

‘삼도 사투리’ 이모티콘.  주턴 제공
‘삼도 사투리’ 이모티콘. 주턴 제공
삼도 사투리

‘사투리로 대화하면 어떨까’ 호기심에서 출발해 탄생한, ‘애교 쩌는 경상도, 화통한 전라도, 순둥이 충청도’ 삼총사 캐릭터.

각 도를 대표하는 스피커들에게 검수받아 사투리의 정수만을 뽑아 재기발랄하게 녹인 것이 특징. 얼큰 시원 삼도 사투리, 콩딱쿵! 삼도 사투리, 귀욤귀욤 삼도 사투리, 진심통쾌 삼도 사투리, 유쾌 발랄 삼도 사투리 등 5개 시리즈가 출시됐으며, 4월 중에 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뽀야’ 이모티콘.  주턴 제공
‘뽀야’ 이모티콘. 주턴 제공
뽀야

토끼 탈 인형을 쓰고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청춘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전단지 나눠주고, 전단지 접어 비행기 날리며, 사장에게 보너스 받고 ‘감사하다’고 넙죽 절하는 모습이 애처롭지만, 그럼에도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이들의 표정에서 희망을 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뽀야와 욜로! 욜로해!, 뽀야와 좋아! 좋아해!, 뽀야와 파이팅! 파이팅해! 등 3개 시리즈가 출시됐다.

아쭈

귀여운 외모 하나 믿고 맘대로 설쳐대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소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큰 눈이 매력이다. 감정의 필터링은 전혀 없지만, 할 말 다 하고 도도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쭈~ 요걸 그냥~’에서 나왔다고 한다.

얌냠

‘이대로 문어지나’, ‘말아먹음’, ‘아씨 대박’, ‘멍게 소리야?’, ‘밥빠용~’, ‘부탁햄’ 등 음식 말장난의 끝판 왕. 귀엽고 깜찍한 건 기본이다.

‘포딩’ 이모티콘.  주턴 제공
‘포딩’ 이모티콘. 주턴 제공
포딩

애교 만점, 매력 만점에 ‘꺄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귀여운 펭귄 이모티콘 캐릭터.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감정 표현이 가능해 온라인 소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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