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빵과 커피. 백문영 제공
우연히, 고맙게도 인연을 맺게 된 <한겨레>는 마포구 공덕동에 있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면 삼십 분 남짓 되는 가까운 거리다. 그 때문이었을까? 공덕동 인근에 있는 회사와도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마포구 공덕동은 나에게 가까우면서도 먼 ‘일터’가 되었다. 큰 오피스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공덕동에는 값싸고도 푸짐한 호프집부터 한식집,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고루고루 있는 훌륭한 동네다. 인근 마포구 도화동에는 ‘음식 문화 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구색을 갖추기도 했다. 매일 출근하면서 늘 아쉬웠던 것은 맛있는 빵과 커피였다. 아침에 커피 한 잔, 점심 이후 커피 한 잔이 아니면 좀체 정신을 못 차리는 나약한 육신을 가진 채로 출근해 가맹점 커피를 마시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주변에 ‘맛있는 커피집 리스트를 달라’는 압박, 그리고 계속되는 시찰 활동 중, 드디어 커피 맛집을 찾아냈다.
마포구 도화동의 ‘프릳츠 커피 컴퍼니’는 정말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다. “안 가본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유명한 카페이자 베이커리다. 도화동의 외진 골목에 있는데도 관광객도, 주변의 회사원들도 꾸준히 쉴 새 없이 찾아든다. 프릳츠 커피 컴퍼니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쿰쿰한 커피콩 볶는 냄새와 달콤한 버터 향이 코 밑으로 스민다. 왠지 모르게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에 발길을 재촉한다. 주택의 문지방을 성큼 넘어 들어가면 요즘 같은 날씨에 앉아 있기 딱 좋은 야외 테라스가 보인다. 테라스에 자리를 맡고 계단을 올라 매장으로 들어가면 늘 그렇듯 길게 늘어선 줄, 각종 빵이 한가득 놓인 쟁반들이 보인다. 익숙하게 줄을 서서 이곳 명물인 ‘크루아상과 햄 & 치즈’ 빵을 집어 들고 주변을 살핀다.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
이 집은 그 진한 커피 맛만큼이나 ‘굿즈(goods)’를 만드는 데 재주가 있다. 1980년대 간판에나 있었을 법한 ‘촌스러운’ 글씨체와 이곳의 마스코트인 물개를 알록달록 그려놓은 각종 컵과 에코백, 티셔츠들. 커피 마시러 왔다가 주머니가 털리기에 십상이다.
‘통장에 꽂히던’ 소소한 월급이 인생에서 사라지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압박이 즐거웠던 때도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가져다줄 새로운 업무와 사건에 대해 즐겁게 상상하던 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늘 그래왔듯 계좌로 날아들었던 월급 역시 출근과 퇴근의 결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