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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간이역에서 묻다

등록 2018-10-11 09:21수정 2018-10-12 20:13

향이네 식탁

삶과 죽음의 거리가 좁아 보일수록 불안감은 커지지요.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이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그 간격을 더욱 좁힌다면 말이죠. 지난주 에스에프(SF) 풍자 시리즈 <블랙 미러>를 보고 든 생각입니다. <블랙 미러>는 기술혁명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다뤘는데,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을 초월한 결말로 수많은 팬을 확보한 영국 드라마입니다. ‘한 번도 안 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이는 없다’는 얘기가 돌 정도죠. 놀라운 첨단기술이 우리 삶을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고, 우리의 감성과 생각까지도 의존적으로 만드는지를 잘 그렸더군요. 그 중 ‘미움받는 자’ 편에선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환경이 오염되자 한 벤처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로봇 꿀벌을 만듭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복원하는, 선한 기술인 로봇 꿀벌이 해킹당하면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살인 병기가 된 로봇 꿀벌들은 저널리스트 등 사회적 목소리를 내다가 마녀사냥의 대상인 된 유명인들을 죽입니다. 네티즌들이 ‘#OOO에게 죽음을!’이란 해시태그를 단 대상이 죽음을 맞죠. 여기까지는 평범한데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해시태그를 단 네티즌들이 역으로 당합니다. 타인의 죽음에 무책임한 대가라는 거죠. 로봇 꿀벌의 대량살상이 현실화됐지만 정부는 그저 담당 형사를 청문회에 불러 경위를 듣는 정도 이상의 방책을 못 세웁니다. 충분히 현실 가능한 얘기로 보여 공포감마저 들었습니다.

제 불안은 이병학 선임기자의 간이역 얘기를 읽고서 겨우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폐역이 돼 이제는 알아보는 이조차 드물지만,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세월을 껴안고 있는 간이역. 거기엔 삶도 죽음도 결국 하나이고 그러니 거리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그저 느리게 살고 느리게 버티는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주말 독자님도 간이역으로 떠나보시죠. 색 바랜 추억이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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