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테리아 로’의 어란 파스타. 사진 백문영 제공
요즘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네 생일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며칠 전 데려간 곳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오스테리아 로’였다. 아니, 관악구라니! 유명한 맛집 골목이 형성된 곳도 아니고,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자주 화제가 되는 지역도 아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샤로수길’라는 별명이 생긴 관악구 봉천동 일대. 궁금증이 더 커졌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인근, 적당히 후미지고 적당히 밝은 길에 오스테리아 로가 있었다. 단단하고 커다란 대문과 독특한 상호가 마음에 들었다. 매장 안쪽 전체를 싸고 있는 듯한 바와 드문드문 늘어서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실내 분위기는 차분했고, 서비스는 유난하지 않아 좋았다. ‘강원도 통감자 트러플 뇨키’, ‘속초 설악산 멧돼지 라자냐’, ‘호두로 만든 페스토 파스타’ 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뉴 이름도 입맛을 당겼다.
단품 이외에 코스 메뉴를 짜달라고 주인에게 요청하면 더 풍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요청한 메뉴는 저녁나절 즐기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부라타치즈와 고소한 맛이 인상적인 양배추 품종 ‘버터 헤드 레터스’에 아티초크를 곁들인 샐러드 등이 나왔다. 올리브유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부라타치즈, 아삭한 양상추가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었다. 이어 나온 어란파스타도 맛깔스러웠다. 짭조름한 어란과 바삭한 빵가루가 파스타면 위에 올라가 있었다. 식감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궁금했던 ‘속초 설악산 멧돼지 라자냐’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일반적인 돼지고기와는 맛이 달랐다.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라구 소스는 진하고 고기는 쫄깃했다. 씹을수록 쌉싸래한 맛이 뿜어져 나오는데, 먹을수록 중독되는 기분이 들었다.
‘오스테리아 로’의 ‘속초 설악산 멧돼지 라자냐’. 사진 백문영 제공
예전에는 몰랐다. 주인의 정중한 태도가 얼마나 손님을 편안하게 만드는지를. 이곳에서 그런 편안한 서비스의 진가를 알게 됐다. 음식이 제공될 때마다 바뀌는 냅킨,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접시, 진지한 음식 설명까지 마음에 들었다. 주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혼자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밥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자 친구와 함께 와도 즐거운 곳이 오스테리아 로였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