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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대학 새내기와 신입사원을 위한 ‘최악의 선배를 가리는 법’

등록 2019-02-27 20:03수정 2019-02-27 23:06

너 어디까지 해봤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80년생인 한 동료는 대학에 들어가서 “아이고, 1980년대에도 사람이 태어났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친구는 “그때도 누군가는 섹스를 했으니까 사람이 태어났겠죠”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2000년 학번인 나도 신입생 때 97학번 선배로부터 “세상에, 과방에 00학번이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집에 갈까요?”라고 답했다가 건방진 새내기로 찍혔다. 2016년 신입생인 현직 대학생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지금도 똑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라며 웃었다. 2019년의 신입생은 하필 2000년생이 많아 더 걱정이다. 22살 혹은 23살 된 선배 중 하나가 반드시 “2000년에도 사람이 태어났어?”라며 놀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신입생이 피해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그런 선배가 바로 “내가 해보니까 말이지”라고 영양가 없는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신입생의 소중한 시간을 뺏을 사람들이다.

신입생이 경계해야 할 선배들은 또 있다. 늦은 밤 술자리에서 “더 부를 사람 없냐”고 물어보는 선배는, 꼭 밤 12시에 “술 마시러 나오라”며 단잠을 깨운다. 또 이런 사람이 꼭 “넌 주선만 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내가 판단할게”라며 소개팅을 조른다. 후배를 자기 이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 굳이 가까이할 필요가 없다. 다짜고짜 말 놓는 선배는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최근의 대학은 아무리 선후배 사이라도 말을 놓기 전에 ‘합의는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소한 “말 편하게 해도 될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알고도 처음부터 말을 놨다면 지배욕 넘치는 진상 확신범일 가능성이 크다.

취재차 연락한 한 대학생은 “아직도 말 시작할 때마다 ‘오빠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빠가 밥 사줄까?’, ‘오빠가 영화 보여줄까?’라고 말하는 부류다”라고 말했다. 예전엔 술을 따라 주며 “선배가 주는 술은 원샷”을 외치는 ‘선배족’도 있었다. 오빠족과 선배족은 이제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혹시 만난다면 매우 주의해야 할 고위험군이다. 동기들과 친하지 않은 선배 역시 잘 살펴야 한다. 유독 후배들이랑 만 어울리려 든다면, 동기들이랑은 척을 졌을 가능성이 크고 거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입사원이 조심해야 할 선배는 좀 다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는 “후배의 크레디트를 챙겨주지 않는 선배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신입 시절에 같이 쓴 기획안이 있었는데, 위에다 보고할 때는 내 이름을 언급도 안 하더라”라며 “그 뒤로도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고 나서야 이게 내 공과를 훔치는 교묘한 수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 역시 잡지사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가 쓴 기사가 선배의 이름을 달고 프린트된 일이 있는데, 실수인 줄 알고 넘어갔더니 같은 일이 반복됐다. 신입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이런 일을 당하면 자칫 윗선에 ‘아무 일도 안 하는 투명인간’으로 찍힐 수 있다.

흥미롭게도 회사원들 사이에는 존댓말을 대하는 좀 다른 기준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후배들에게 절대 말을 놓지 않는 선배가 있는데, 극도의 방어기제 같아 그게 더 무섭기도 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다른 후배들에게는 말을 놓으면서 유독 한 친구에게만 말을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사실 거의 왕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만나 이야기한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는 선후배 사이 최악의 관계는 따로 있었다. 직장 생활 12년 차인 한 친구는 얼마 전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생활 내내 나는 그 선배 감정의 쓰레기통이었다”고 고백했다. “매번 술 한잔하자며 직장 상사 욕부터 남자친구 욕까지 별별 얘기까지 다 털어놓는다. 내 얘기를 할 타이밍은 주지도 않는다. 들어주고 집에 오면 난 녹초가 되어 있더라”라고 말했다. 양방향 소통이면 둘 사이가 돈독해지겠지만, 한쪽이 다 받아줘야 하는 경우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감정 쓰레기통 말고는 다른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라며 “선배와 단둘이 술 마시는 자리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박세회(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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