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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궁극의 해장국 찾아 삼만리

등록 2019-02-27 20:26수정 2019-02-27 20:34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창성옥의 ‘뼈전골’. 사진 백문영 제공
창성옥의 ‘뼈전골’. 사진 백문영 제공
술을 입에 달고 사는 이에게 해장국의 의미는 남다르다. 마성의 보양식이자 속을 푸는 해장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리는 안주가 될 수도 있으니까. “무슨 해장국을 먹느냐, 배도 부른데” 투덜거리는 이도 어느새 국물을 다 마시고, 그 안의 푸짐한 고기와 각종 채소를 골라 먹으면서 만취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통쾌하다.

모처럼 신나게 마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나도 모르게 꼭 ‘2차는 해장국이다’라는 말을 자꾸만 한다. 서울 용산구 용문동, 지하철 효창공원앞역과 공덕역 사이에는 아직도 예전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용문시장이 있다. 분식집과 순댓국집, 채소가게와 고깃집이 섞여 있는 이 정겨운 시장에는 알고 보면 놀라운 사실이 있다. ‘서울 해장국 3대 맛집’이라 불리는 해장국 명소 3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 때문이다. 소뼈와 선지, 우거지를 듬뿍 넣은 이 집들의 해장국은 각각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곳 중 가장 자주 가고 애호하는 곳이 ‘창성옥’이다. 진하지만 끈적거리지 않는 고깃국물, 푸딩을 먹는 듯 쫀득한 선지와 시원한 배추 등 삼박자가 잘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문을 여는 호기로움은 또 어떻고! 언제 어디서든 취객들이 “맛집을 당장 대령하라”고 압박하면 연금 타듯, 계 타듯 “창성옥으로 가자”는 말을 한다. 뚝배기에 나오는 1인분 해장국도 맛 좋지만, 4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인 ‘뼈 전골’도 추천할 만하다. 취중에는 오히려 이 메뉴가 좋다. 냄비 가득 선지와 우거지와 고기가 들어 있고, 얼큰하고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이 계속 술을 부른다. 조금 더 기분을 내고 싶다면 “후라이 추가”를 외치면 된다. 한 알에 500원. ‘계란전’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름을 넉넉하게 사용한, 엉성한 모양의 달걀 부침개가 매운 국물과 잘 어울린다.

서울에는 유난히 해장국으로 이름난 곳이 많다. 강남구 신사동의 따로국밥 골목부터 지하철 건대입구역 기사식당 골목까지. 궁극의 해장국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자부하지만, 늘 발길이 닿는 곳은 정해져 있다. 익숙한 맛일수록 오히려 그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작은 차이에서 묘하게 다른 기분이 난다. 술꾼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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