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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마파두부인가 마라두부인가

등록 2019-05-08 19:55수정 2019-05-08 20:06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진진’ 마파두부. 사진 백문영 제공
‘진진’ 마파두부. 사진 백문영 제공
먹고 마시는 것을 내세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직업이기도 한 터라, ‘사실 그 집 안 가봤어요’라고 말하는 건 어쩐지 직무유기처럼 느껴진다. 서울 서교동의 ‘진진’이 그랬다. 짜장면과 짬뽕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중식 아닌 진짜 ‘청요리’라고 할 수 있는 중식을 내기 시작한 1세대, 왕육성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왕 셰프의 명성만으로도 할 말이 차고 넘치지만, ‘먹보계’의 바이블이자 교본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원 스타’를 얻은 ‘스타 식당’이기도 하다.

서울 망원역에서 도보로 6~7분 걸리는 진진은, ‘망리단길’이 한창 명성을 휘날릴 즈음에도 늘 그 자리에서 조용히 위세를 뽐내고 있었다. 어떤 ‘핫한’ 아이템이 뜨든 지든 상관없이 ‘진진’, ‘진진 별관’, 새벽까지 운영하는 ‘진진 가연’까지 무려 세 업장을 키웠다.

‘우리도 제대로 된 중국 요리 좀 먹어보자’고 큰마음 먹고 방문한 건 2주 전. 음식 좀 먹는다는 이가 들으면 코웃음 칠 소리다. 이곳은 5년 전 개업 때부터 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었으니까. 넓은 홀에 들어서 일행에게 ‘홍콩 같은 데 여행 온 것 같아’라고 속삭일 때 눈에 들어온 건 ‘회원가’가 적힌 메뉴판. ‘3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평생 할인가로 진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직원의 설명에 음식도 먹기 전 ‘가입할게요’ 소리가 나왔다. 공간을 가득 채운 기분 좋은 소음과 코끝을 스치는 기름 냄새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메인 메뉴 새우 식빵 튀김 ‘멘보샤’와 ‘올 타임 레전드’인 ‘마파두부’를 주문했다. 우럭을 통으로 튀겨 기름 소스를 뿌려 내는 ‘청증 우럭’이 매진됐다는 슬픈 소식을 들은 뒤였다.

‘청요리엔 역시 빼갈(백주)’이라며 식전주를 즐기고 있을 때 ‘멘보샤’가 나왔다. 네모 반듯한 식빵은 기름에 튀겼는데도 눅눅하지 않았다.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자 뜨거운 김 사이로 통통하고 실한 새우 살이 비집고 들어왔다. 식빵 튀김을 먹듯, 샌드위치를 먹듯 정신없는 찰나 마파두부가 나왔다.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두부에 마라탕 소스를 얹은 듯 맵싸하고 얼큰하고 얼얼했다. 지금까지 알던 마파두부가 아니었고 그래서 더 놀랍고 신선했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내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모습을 내비칠 때, 그때가 진짜 새롭고 매력적이다. 늘 예상대로라면 그게 무슨 재미람?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직접 부딪쳐봐야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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