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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푸른 바다가 전하는 달짝지근한 술맛

등록 2019-05-23 09:55수정 2019-05-23 20:27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포항에 있는 양조장, 동해명주. 사진 백문영 제공
포항에 있는 양조장, 동해명주. 사진 백문영 제공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는 일에 대해 쓰고 때때로는 술을 파는 일까지 병행하다 보니 자나 깨나 술 생각이다. ‘술 좀 그만 마시고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마음먹고 떠나도 여행지의 유명한 양조장 한 군데는 꼭 들러본다. 이제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늘 함께 술을 마시고 가끔 여행을 떠나는 번잡한 친구들과 포항으로 떠나기로 한 이유도 역시 양조장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빨리 술을 마시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무려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김포공항에서 50분 남짓, 탔다 싶으면 내리는 신속함이야말로 국내선 비행 여행의 묘미다. ‘술 마시러 비행기 타고 포항이라니!’ 친구들과 떠들며 ‘동해명주’로 향했다. 포항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포항에는 여러 양조장이 있지만, ‘포항의 양조장’하면 술꾼들은 역시 동해명주를 꼽는다. ‘지나치게 달지 않은 뒷맛 덕에 쉽게 질리지 않고 많이 마실 수 있다’는 평이다. 방문하기 1주일 전, 미리 전화로 예약하면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3가지 술을 시음할 수 있다. ‘말만 잘하면 시중에서 만날 수 없는 생막걸리도 마실 수 있다’고 이곳을 총괄 지휘하는 양민호 대표가 운을 띄운다. 운이 좋았는지, 멀리서 온 손님 덕에 양 대표의 기분이 좋았는지 양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막걸리부터 이곳의 대표 막걸리 ‘영일만친구’와 ‘도구막걸리’, ‘동해동동주’를 모두 시음할 수 있었다.

해초의 일종인 우뭇가사리를 넣어 만든 영일만친구는 가벼운 바디감과 깨끗한 단맛이 특징이다. “나 막걸리 별로 안 좋아해.” 출발할 때부터 불평하던 친구는 옆에서 연신 잔을 비우고 있었다. 쌀과 밀을 섞어 만든 도구막걸리는 산뜻하고 깔끔한 신맛과 드라이한 끝 맛이 제대로 조화를 이뤘다. 푹 삭기 직전에 쌀알을 건져냈다. 술이 익은 후 다시 섞은 동해동동주 역시 기존의 동동주와는 다른 질감과 맛을 자랑했다. 동해명주의 동해동동주라면 ‘동동주는 배불러서 못 먹겠다’는 편견은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잔으로 시작한 시음은 어느새 한 병을 넘어선 음주로 변해 있었고, 쌓여가는 병 개수만큼이나 자꾸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다.

늘 주장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술만큼이나 맛있는 것이 또 있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바다인데, 바닷바람을 머금은 술맛은 오죽할까? 포항 아닌 다른 도시에서 술을 만드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양민호 대표의 말에서 포항의 바닷바람이 느껴졌다. 바다 마을 사나이가 만드는 막걸리에는 짙푸른 바다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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