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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뜨거운 어묵탕, 반짝이는 별···술을 부르네

등록 2019-10-17 10:05수정 2019-10-17 20:43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에이든 바이 베스트 웨스턴 청담’ 호텔의 ‘르 캬바레 도산’. 사진 백문영 제공
‘에이든 바이 베스트 웨스턴 청담’ 호텔의 ‘르 캬바레 도산’. 사진 백문영 제공
오랜만에 약속이 없던 토요일이었다. 창문을 열고는 사뭇 쌀쌀한 바람에 목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리저리 뒹굴던 참이었다. ‘아무 일정도 없는 이런 주말도 나쁘지 않네.’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해가 떨어지는 ‘술시’가 되자마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던 다짐은 옅어진 지 오래고, 그저 망아지처럼 나가서 놀고 싶기만 했다. ‘놀 만한 건수 없나’ 인스타그램을 뒤지던 차, 10월1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 캬바레 나잇’을 발견했다. 샴페인과 매주 바뀌는 포장마차 안주를 단돈 3만원에 즐길 수 있다는데, 가지 않을 이유는 또 뭔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동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에이든 바이 베스트 웨스턴 청담’은 생긴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신생 호텔이다. 이 호텔의 18층에 ‘르 캬바레 도산’이 있다. 부암동의 미식 시대를 열었던 프렌치 레스토랑 ‘프랩’의 이영라 셰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프렌치 요리를 코스가 아닌 ‘한 상’으로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프렌치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한정식처럼 모든 음식이 한 상에 쫙 깔리는 모습은 경험하기 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단 하나다. 뜨끈한 어묵탕과 아주 차가운 샴페인을 함께 마시는 것.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카바레 실내 포차’가 열리는 셈이다.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코끝으로 불어 닥쳤다. ‘이 날씨에 에어컨은 아닐 거고, 뭐지?’ 싶었을 때 고개를 들었다. 까만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호텔 건물 맨 위에 있는 위치적 장점을 살려 루프톱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천장의 캐노피를 열어 뒀다. ‘이거야말로 제대로 취하는 분위기네’ 생각하며 테라스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보글보글 끓는 어묵탕과 샴페인이 등장한다.

이영라 셰프가 직접 육수를 낸 어묵탕은 포장마차에서 먹는 그것과 길거리에서 먹는 그 음식과는 아주 달랐다. 구수함의 깊이가 남다른 어묵탕을 마시는 순간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국물로 뜨거워진 목구멍을 차디찬 샴페인으로 식히면 여기가 어딘지 가물거린다.

디제이(DJ)가 선곡한 노래를 들으면서 술에 취해 들썩거리다 어묵탕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또 취하는 밤은 비현실적이었다. ‘순대 볶음과 뽀글이’, ‘짜장 떡볶이와 뽀글이’로 이어지는 토요일 밤이 또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문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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