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미미가 인도의 <기생충> 열풍에 대한 재밌는 얘기를 보내왔어요. 자신이 감독이라면 ‘제시카송’ 지점에서 발리우드식 떼춤을 추게 했을 텐데라고 말하는 관객도 많다는군요. 음식 문화기자이기도 한 저는 ‘봉준호와 맛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봤죠.(물론 깊은 사색과 복잡한 분석의 틀을 들이댄 예술 평이나 인문학적인 고찰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선 짜파구리(영화에서 ‘람동’)가 떠올랐어요. 소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특별한 짜파구리. 짜파구리의 모티브가 된 짜장면엔 잘게 자른 돼지고기가 들어가죠. 가난했던 1970년대엔 돼지고기는 언감생심이었고, 싼 무말랭이가 들어갔지요. 두번째는 봉 감독도 요즘 추세처럼 맛집을 찾아다닐까 하는 겁니다. 영화계엔 미식가가 많습니다. <스캔들> <죽여주는 여자>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 등은 미식가로 알려져 있죠. 최근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주목받고 있는 김초희 감독도 맛집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가는 이랍니다. 봉 감도도 그 대열에 있다는군요. <옥자> 주인공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한 인터뷰에서 봉 감독이 “여긴 나만 아는 곳”이고 “여기 디저트는 진짜 맛있다”고 말한 적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팅 때마다 ‘봉 맛집’을 갔다고 해요.
영화 <기생충>.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세번째는 냉면입니다. 17년 전 한 언론사의 기자는 <살인의 추억>에 관해 질문했다가 봉 감독의 냉면론을 들었다고 해요. 냉면의 고기와 면발을 영화 해설의 재료로 사용했답니다. 평소 좋아하지 않고서는 쉽게 나올 얘긴 아니죠.
순수한 감각에 집중하게 하는, 맛보는 순간엔 어린아이가 되고 마는 미식은 예술가에겐 영감의 원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피카소가 고향 스페인의 맛에 심취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을까요. 서양 미술엔 굴, 고기, 감자 등 먹거리가 자주 등장합니다.
최고를 꿈꾸는 기자들도 그런 행보에 동참하려는 이가 있죠. 이번 주 커버 가사를 쓴 김선식 기자는 최근 평범한 한 끼도 수줍게 사진 찍고 에스엔에스에 소란스럽지 않게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이 영락없이 <살인의 추억> 시절의 봉 감독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거겠지요. 하여간, 그가 이번에 해남 달마고도, 보길도 등 남도 걷기 여행을 하고 왔답니다. 달마고도에서 샛길로 빠지면 나타나는 도솔암에서 사찰식 짜파구리를 끓여 먹고 싶군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