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사진 소니 픽쳐스 제공
우리 집은 딸만 넷입니다. 어린 시절 사진을 꺼내보면 영락없는 ‘작은 아씨들’이지요.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소꿉놀이를 하는 사진에선 앉은 자세만 봐도 누가 ‘조’이고 ‘에이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파란 대문 앞에 선 사진에서도 말괄량이 ‘조’를 발견할 수 있지요. 한 발을 삐딱하게 빼고는 활짝 웃고 있습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이 개봉했지만, 흥행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작은 아씨들’이었던 우리도 극장 갈 엄두가 안 나는군요. 그레타 거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원작 <작은 아씨들>)과 함께 자랐다”고 했습니다. “19세기 시대극이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라며 “더 멀리 가고자 꿈꾸는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라고도 덧붙였지요. 그 말에서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과의 연대의식이 느껴집니다.
올컷은 엄청난 ‘폭필’의 작가였다고 합니다. 한번 펜을 들면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으면서 우사인 볼트처럼 달렸다고 하지요. 그의 그런 습관은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 조 마치에 잘 투영되어 있습니다. 조가 글에 매달릴 때면 가족들은 살얼음판을 걷듯 눈치를 봅니다. 그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자를 예민하게 살피는 겁니다. ‘조가 모자를 비스듬히 썼나? 아니면 모자가 바닥에 내동댕이쳐 있나?’
요즘 조의 부모 같은 이들이 많습니다. 개학이 연기된 아이들은 짜증이 폭발 직전입니다. 그들을 챙겨야 하는 이들이지요. 아이가 있는 제 친구들은 이구동성 “괴롭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은 나라’지만, 짐작은 됩니다. 그래서 ESC가 준비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처럼 매달릴 만한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종이 접고, 퀴즈 풀고, 눈물 쏙 빼는 영화를 보다 보면 코로나19도 어느 틈에 저 멀리 달아나겠지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