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와인 테이스팅룸 ‘루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하지만 때때로 여러 명의 친구가 그립기도 하다. 나 홀로도, 여러 명과도 즐겁게 지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오랜만에 친한 이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10여명이 모이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때 떠오른 곳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루얼’이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인근에 있다. ‘와인 테이스팅 룸’을 표방하는 이곳은 ‘루얼 사용설명서’가 인터넷에 소상히 올라가 있다.
일단 루얼은 100% 예약제다. 1인당 이용료 3만원을 내거나 이곳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다. 종업원과 주방장은 없다. 먹고 싶은 안주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각종 주방 기구가 가득하다. 인덕션, 오븐, 냉장고는 물론 커피 머신까지 최고급 주방 기구로 가득한 주방 공간은 황홀했다.
유리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자 친구의 주방을 방문한 것 같은 포근한 향이 났다. 넓은 원목 테이블에는 와인 잔이 종류별로 깔려 있었다. ‘우리만을 위한 파티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이런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친구들에게 농담하며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한 이들과 샴페인과 화이트와인, 레드와인부터 위스키까지 섞어 마셨다. 생선회부터 타코, 스테이크, 육회까지 ‘육해공’을 넘나드는 ‘우리 맘대로’ 안주만큼이나 이곳에 머무른 시간은 풍성했다. 친구 중 한 이가 말했다. “이 많은 잔과 접시들은 다 누가 치우니?” 걱정할 필요 없다. 설거지 등은 우리가 떠난 다음 운영진들이 알아서 치우는 시스템이다.
소유보다 대여나 구독을 추구하는 지금이다. 그런 트렌드에 거부감을 느꼈던 때도 있었다. 손에 쥐고 있어야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그런 마음이 불안감에서 나왔다는 것을.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면 그 순간만큼은 완벽한 내 공간이 되는 건 생각보다 행복한 일이다. 소유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안함의 자리에 대여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채워 넣은 날이었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