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 청산녹수 제공
올여름은 역대급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6월인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상승 중이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많지만, 순간의 시원함을 주는 음료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입안에서 터지는 시원함에 탄산음료를 찾는다. 샤워 후 마시는 탄산 가득한 맥주도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과거에도 사람들은 탄산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탄산수가 없던 시절에는 광천수를 대신 마셨다. 1741년 영국에서 인공 탄산음료가 만들어졌고 이후 많은 나라가 탄산음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기 탄산음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났다. 1800년대까지 치료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 의사들이 처방했다. 1886년 탄산음료의 대명사 코카콜라가 개발된 후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탄산음료가 음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산이 들어간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프랑스 샴페인과 스페인의 카바로 대표되는 스파클링 와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으로 청량감을 주는 스파클링 술을 좋아한다. 세계 와인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탄산을 머금은 술만은 여전히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병을 개봉하면서 나오는 ‘펑’하는 소리와 술을 따를 때 올라오는 기포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다.
국내 와인 소비시장에서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도 스파클링 와인이다. 한 백화점의 연도별 스파클링 와인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17년에 9%였던 신장률이 2018년엔 30%까지 수직 상승했고, 급기야 지난해 1분기에는 52%나 성장했다고 한다. 특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6월부터 판매량이 늘었단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만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전통주 시장에서도 탄산이 들어간 ‘스파클링 막걸리’가 선전하고 있다. 한 전통주 전문점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류 1·2위가 스파클링 막걸리였다고 한다. 전통주 전문점 30여곳에서 막걸리 판매 실적을 취합한 결과도 비슷했다. 3위와 5위에 스파클링 막걸리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확실하게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처음 스파클링 막걸리는 생소한 카테고리였다. 이미 막걸리에는 탄산이 아주 조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막걸리와는 달랐다. 걸쭉한 막걸리 형태에 탄산을 강화했다. 특히 딸 때 탄산에 의해 술지게미가 자연스럽게 소용돌이치며 섞이는 모습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출시 이후 젊은 여성 고객층과 와인을 즐기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실상 새로운 시장이 활짝 열린 셈이었다. 이후 여러 양조장에서 다양한 스파클링 막걸리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약 15종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스파클링 막걸리는 기존 막걸리와 다르게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탄산이 주는 청량감과 신선한 맛이 장점이다.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탄산으로 인한 불편한 병 개봉을 재미있는 볼거리로 변화시키면서 스파클링 막걸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과거에는 ‘여름에 주로 마시는 술’ 하면 맥주나 스파클링 와인 정도였다. 이제는 스파클링 막걸리도 더운 여름에 마시는 술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될 것 같다. 올여름 얼음 띄운 스파클링 막걸리 한잔으로 무더위를 잊으면 어떨까 한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전통주갤러리 자문위원), 사진 업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