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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타미 준과 왕새우튀김우동

등록 2020-07-16 09:42수정 2020-07-16 10:03

포도호텔의 ‘왕새우튀김우동’. 사진 포도호텔 제공
포도호텔의 ‘왕새우튀김우동’. 사진 포도호텔 제공

몇 년 전부터 ‘먹는 것’보다 ‘머무는 곳’에 관심 갖게 되면서 꼭 만나보고 싶은 이가 생겼습니다. 먹는 건 살이 찐다든가, 피부가 고와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머무는 공간은 다른 식으로 우리를 변화시키지요.

휴가 때 집을 버리고 여행지 낯선 공간에 머물다 오면 조금 달라진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천장이 높은 집에 사는 아이일수록 창의력이 쑥쑥 큰다는 얘긴 이미 널리 알려진 이론입니다. 아파트와 한옥, 정원이 있는 집 등 공간의 구성 요소가 다른 주거지는 그곳에 머무는 이들의 생각에 차이를 만들지요. 머무는 곳에 빠져들수록 전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는 재일한국인입니다.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 귀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름 ‘이타미’는 그가 처음 한국을 찾기 위해 비행기를 탄 오사카 국제공항의 이름입니다. ‘준’은 형제처럼 지낸 길옥윤 선생의 예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자연에 동화되는 건축에 열정을 쏟은 그. 슬프게도 그를 만날 순 없습니다. 2011년 그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의 건축 철학은 현재 큰딸 유이화 건축가가 잇고 있습니다.

2010년께 이타미 준. <한겨레> 자료 사진
2010년께 이타미 준. <한겨레> 자료 사진

저는 안타까운 맘을 달랠 방법을 찾았는데, 답이 제주에 있더군요. 제주엔 그의 숨결이 녹아든 건축물이 여럿 있습니다. 그 건축물을 만나볼까 합니다. 그중 제주 오름 등을 형상화한 포도호텔은 유명합니다. 포도호텔엔 저의 추억 한가락이 있습니다.

수년 전 그곳에서 ‘땅마다 부는 바람이 다르다’는 그의 말처럼 호텔 지붕 위에 부는 바람과 특별한 우동을 맞이했지요. 육지 미식가들이라면 다 아는 포도호텔의 ‘왕새우튀김우동’ 말입니다. 바삭한 질감과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진 우동은 감동적이었죠. 지금도 그 우동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이번주 준비한 ‘5년 거주 제주민의 맛집 목록’은 소중합니다. 올여름 제주로 휴가 가는 이가 많다지요. 제게 새겨진 제주 맛의 감동이 그들의 타임라인에도 박혔으면 합니다. 목록 중 한 집을 골라 평소 애주가였던 이타미 준을 생각하면서 바람처럼 세상사 미련 없이 한잔하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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