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진해는 명실상부한 해군도시다. 미국 샌디에이고처럼 해군의 모항이자 훈련소가 있는 곳이다. 한 세기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 군사도시지만 결국, 경상남도였다. 맛있는 돼지국밥집이 있는 이유다. 진해 경화동 ‘승리식당’은 일명 ‘해군 국밥’으로 소문난 집. 일반 가정집 골목에 위치했지만, 때가 되면 맛있는 국밥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찾아든다. 군복을 차려입은 해군 손님이 많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을 탔는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도 잦아졌다.
돼지국밥이라기보다는 순대국밥(당면순대 따위는 들어 있지 않았다)에 가깝다. 각종 내장과 돼지머리, 사골 등을 우려낸 진한 국물이 입에 짝짝 붙는다. 마늘과 다진 양념을 얹어 뚝배기에 내온다. 처음부터 밥을 말건 어쩌건 국물을 넘길 때 부드럽게 흘러들며 구수한 맛을 남긴다. 내장과 머릿고기가 많이 들어있어 진하게 보이지만, 한 숟가락 뜨면 결코 느끼하지 않은 국물에서 그 내공이 느껴진다. 돼지기름이 일어나 혀를 휘감으려 하면, 당장 마늘 양념장이 달려들어 이를 단숨에 제압한다. 덕분에 구수한 맛에 더해 시원하고 깔끔한 마무리로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다. 토렴한 밥도 부드러워 마시듯 삼킬 수 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철에도 생각나는 보양식다. 육향 짙게 밴 내장 수육도 맛이 참 좋다. 내장이나 머릿고기를 촉촉하게 삶아내 살결 보드라운 수육 한 점을 곁들이면 당장 소주 한잔 생각이 인다.
“이게 대체 어디쯤인가?” 수육에는 낯선 부위가 많이도 들었다. 하지만 죄다 폭신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는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내장과 머릿고기가 골고루 섞였다. 촉촉하고 끈끈하다. 식어도 존득한 맛이 유지된다.
새큼하고 달달한 깍두기나 김치, 깻잎, 새우젓 등 곁들여낸 반찬 맛도 고깃국물에 퍽 어울려, 찬합을 몰래 가져다 죄다 싸 가지고 오고 싶을 정도다.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305번길 24/7000~2만5000원/055-546-3714)
이우석(놀고 먹기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