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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느그 서장이랑 장어덮밥도 묵고!

등록 2020-09-17 09:59수정 2020-09-18 09:04

통통하니 기름 오른 뱀장어는 보양식으로 그만이지만,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삼복엔 특히 값이 더 나간다. 이제야 바야흐로 뱀장어를 먹을 때다. 한여름에 인기가 좋다지만 원래 가을이 더 기름지다. 값도 살짝 내리게 마련이다.

하늘은 높이 솟고 입맛이 슬슬 돌아올 때 뱀장어구이에 잘 지은 쌀밥이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원래 고기나 뱀장어 등 기름진 음식은 밥과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 뱀장어를 파는 이들은 손님들이 징그러워 꺼릴까 봐 ‘민물장어’라는 요상한 이름을 갖다 붙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뱀장어가 맞다. 장어란 이름이 붙는 어류 중 값비싸고 귀하기로 유명한 놈이다.

국내에선 대부분 뱀장어를 석쇠에 구워 그대로 먹지만 일본에선 밥과 함께 곁들이길 좋아한다. ‘우나추’. ‘우나동’이라 해서 주로 밥에 얹는다.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부산은 일식을 잘하는 곳이 많다.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요리도 부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산 남천동 고옥(古屋)은 뱀장어 덮밥을 하는 집이다. 일본 나고야식 ‘히쓰마부시’라 불리는 뱀장어 덮밥이 주메뉴다. 히쓰마부시란 바싹 구워낸 뱀장어를 잘게 썰어 밥에 얹는데, 이때 ‘히쓰’라는 나무통에 담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바삭하게 굽지는 않는다. 꼬챙이에 꿴 뱀장어에 양념을 발라가며 삶는 듯 부드럽게 기름을 끌어내다 마지막에 살짝 더 구워내 식감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옥 메뉴판에는 히쓰마부시를 먹는 방법이 예시돼있다. 복잡하지만 ‘4번에 나눠 먹으’란 내용이다. 나무통에 든 밥과 뱀장어를 주걱으로 4 등분 해서 처음엔 그냥 밥과 함께 먹고, 두 번째는 김과 파,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다. 3번째는 녹차 물을 넣어 오차즈케(찻물에 밥을 마는 요리)로 즐긴다.

마지막 방법이란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싱거우면서도 무릎을 치게 하는 혜안이다. 앞선 방법 중 가장 맛있었던 것으로 마무리를 하란다. 밥과 고명의 양이 꽤 푸짐하니 이 같은 방법이 ‘격식’으로 내려온다. 각각 곁들일 고명과 찻물을 따로 내준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가 맛있지만 취향은 천차만별 다르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그리고 바삭한 뱀장어를 금방 지은 밥 위에 올렸으니 그 맛이 어딜 갈까. 커다란 나무통 하나를 뚝딱 비우고도 쩍쩍 다시게 만든다.

누군가는 왜 한정식집 이름 같은 이름을 썼을까 하겠지만 사실 히쓰마부시의 본향인 일본 나고야에서 따온 이름이다. 식당이 위치한 지역은 번잡한 상권은 아니다. 전통적인 고급 주택가로 <한국방송> 등 기업들과 함께 있는 곳이다. 원도심과 광안리와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맞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느그 서장’이 산다는 그 남천동이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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