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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튀길까 우릴까 그냥 삼킬까, 가을 고흥 삼치

등록 2020-10-15 14:24수정 2020-10-15 14:53

이우석의 밥방곡곡
서울식당의 삼치. 사진 이우석 제공
서울식당의 삼치. 사진 이우석 제공

물들어가는 가을 이파리보다 기름 차오르는 가을 삼치살이 더 반갑다. 남해 다도해에 잘록 튀어나온 고흥반도는 천혜의 삼치 어장을 품었다. 원래부터 비옥하고 기름진 바다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갈 때 비로소 삼치가 난다.

씹을 것도 없이 무른 살에 기름이 척척 올라 감칠맛을 한껏 품은 가을 삼치는 요모조모 달리 조리해도 맛이 좋아 계절 별미 중 으뜸으로 친다. 맛이나 크기로 전어 따위는 감히 비할 바가 아니다. 삼치는 가까운 친척인 고등어(삼치는 고등어목 고등어과에 속한다)처럼 물이 차가워져야 맛이 드는데 그때가 요즘이다. 자랄 대로 자라 크기도 상당하다. 큰 놈은 1.5m에 10㎏이 넘는다.

삼치는 남해안에서 멸치 떼를 쫓아 몰려다닌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유영하기에 고흥에선 루어를 사용해 끌낚시로 잡는다. 물론 대형 선박에선 유자망 등 그물로 잡기도 한다. 물에서 올리면 바로 죽어버리고 하루만 지나도 살이 물러지니 선도가 좋아야 한다. 살짝 냉동해서 먹지만 역시 산지에서 생물(선어)로 먹어야 제맛이다. 고등어처럼 붉은 살 생선에 속하지만 훨씬 고소하고 비린 맛이 덜하다. 고등어, 청어, 꽁치 등에 견줘 훨씬 눅진한 지방에 고유의 감칠맛을 강하게 품고 있는 덕이다.

슬슬 맛이 들기 시작한 가을무와 콩과 함께 조림으로 먹어도 좋다. 살 결결이 층층 쌓인 사이에 고루 박힌 기름이 특유의 맛을 내는 포인트다. 살짝 달달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고소한 맛이 혀끝에 남는다. 고흥 나로도에선 회를 두껍게 썰어 주로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이것저것 만들어 먹기도 좋다. 고흥군에서 지난해 삼치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고흥군 나로도항 서울식당에선 삼치 어탕국수, 커틀릿, 탕수, 찜, 스테이크, 고추장 조림, 간장조림, 회덮밥 등 삼치를 활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일단 ‘생선가스’처럼 삼치에 빵가루를 입혀 바싹 튀겨낸 삼치 커틀릿은 그 식감의 대비가 썩 좋다. 튀김옷을 한입 베어 물면 부들부들한 속살은 씹히지도 않고 넘어가며 진한 풍미를 남긴다. 탕수육도 좋다. 돼지고기 뒷다릿살 정도는 감히 명함도 못 내민다. 중국 산둥식 삼치 어만두가 떠오른다. 탕수 소스의 달달하고 진한 맛이 삼치 맛을 가리기는커녕, 오히려 거든다.

어탕국수 역시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는 신의 한수다. 흙내나 비린내가 강한 민물고기와는 달리 선도가 좋은 삼치를 쓰니, 고춧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뽀얗게 우려낸다. 국수를 말아 훌훌 마시고 나면 제대로 곤 사골 곰탕 한 사발이 부럽지 않다. 보약 한 첩이 따로 없다.

나로도 항구 주변에는 삼치 잘하는 집이 수두룩하다. 고흥군이 개발한 ‘나로도 진(眞) 삼치’ 메뉴를 걸고 다양한 삼치요리를 내는 서울식당(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51)은 나로도항 바로 앞에 있다. 삼치어탕국수는 7000원, 삼치탕수는 크기에 따라 2만원부터 3만5000원을 받는다. 삼치커틀릿은 1만원. 삼치회는 시가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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