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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겨울 명절과 제철 재료의 만남, 장흥 매생이굴떡국

등록 2021-02-09 20:54수정 2021-02-10 02:43

매생이굴떡국. 사진 이우석 제공
매생이굴떡국. 사진 이우석 제공

떡국은 ‘세병’(歲餠), 또는 ‘첨세병’(添歲餠)이라 불리는 설 세찬 음식이다. 우리 민족은 상고부터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풍속이 있었다. 그 기원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으나 조선의 문헌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봐 그 이전에 이미 먹기 시작한 거로 보인다. 문헌에는 ‘정조차례와 세찬에 빠지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고, (설에) 손님이 오면 떡국을 대접했다’고 적혔다.

명절 음식에는 의미가 있다. 떡국은 장수와 발복을 의미한다. 국수처럼 길게 뽑은 가래떡은 장수를, 썰어 놓은 모습은 돈(엽전)과 같아 발복을 뜻한다. 눈사람처럼 생긴 조롱이떡은 액을 막고, 떡국 위에 얹은 오방색 고명은 전통과 지위를 상징한다.

설은 마침 겨울이라 바다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넣어 떡국을 끓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남도에서 즐겨 먹는 매생이굴떡국이다. 처음 매생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장흥군에선 굴도 많이 난다. 당연히 매생이굴떡국을 즐겨 먹는 곳이다. 토요시장 내 ‘토정황손두꺼비국밥’은 인근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오면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을 함께 내줘 장흥삼합을 구워 먹는 삼합집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낙지소라국밥 등 국밥을 잘하는 집인데 겨울이면 이 집에서 매생이와 굴을 함께 넣은 떡국을 맛볼 수 있다. 탱글탱글한 굴과 키조개까지 넣고 끓여낸 진한 육수에 향긋한 매생이와 존득한 쌀떡을 추가해 한소끔 끓여내면 감칠맛 도는 굴 떡국이 된다.

숟가락으로 살짝 뜨면 부드럽고 매끈한 떡과 굴 알 위에 향기를 머금은 매생이가 따라온다. 입과 코를 함께 열고 들이켜면 계절의 별미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전라남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고기를 먹은 후 마지막으로 떡국을 먹는 광경인데, 장흥에서도 한우 삼합을 먹고 나면 으레 떡국으로 마무리한다. 한 살 더 먹는 셈이니 장흥군에는 죄다 백수(白壽 99세) 이상 되는 삼천갑자들이 많은 듯하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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