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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제주 푸른 밤에 고등어회 한점

등록 2021-03-05 07:59수정 2021-03-05 09:10

‘월령작야 달의 객잔’의 고등어회. 사진 이우석 제공
‘월령작야 달의 객잔’의 고등어회. 사진 이우석 제공

겨울 제주도의 푸른 밤엔 등 푸른 고등어가 어울린다. 서울에선 즐길 곳이 별로 없는 제철 고등어회의 감칠맛을 느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제주도 비행기 삯은 당장 빠진 셈이다. 특히 새콤하고 눅진한 맛을 동시에 품은 시메사바는 없던 입맛도 살려준다. 시메사바는 고등어를 끈에 묶어 초절임해서 만든 음식이다. 우리말로는 고등어초절임으로 순화한다.

시메사바는 원래는 요리법이 아니라 보관법이다. 안동 간고등어처럼 해안가에서 고등어를 절여 도시로 운송하던 과정에 특유의 맛이 생겨나 이 같은 메뉴가 탄생했다. 기름이 많아 상하기 쉬운 고등어의 특성상 소금과 식초로 염장, 초장하면 단백질이 서서히 발효해 독특한 감칠맛이 난다. 고등어를 반으로 갈라 소금으로 덮고 한 시간쯤 절인 다음, 식초물에 담가 풍미를 돋운다. 가시를 제거한 다음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조리법은 간단한데, 맛은 내기 어렵다. 자칫하면 비린내나 쿰쿰하고 이상한 맛이 날 수도 있다.

‘월령작야 달의 객잔’의 고등어회. 사진 이우석 제공
‘월령작야 달의 객잔’의 고등어회. 사진 이우석 제공

제주도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월령리. 자생 선인장과 초승달로 유명한 이곳에 고등어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월령작야(昨夜) 달의 객잔’이 있다.

야간에만 문을 여는 ‘1인 셰프 가게’로 요즘은 고등어회, 딱새우회 등을 주로 취급한다. 셰프가 큼지막한 1㎏ 이상 제주산 고등어만 따로 공급받아 직접 조리한다. 숙성회만 취급하며 고등어회는 숙성고등어회, 즈케사바(고등어간장절임회), 시메사바(고등어초절임회) 등 세 종류로 낸다. 취향에 맞춰 김과 초밥, 무순, 양파, 생강 등을 곁들이면 살짝 단맛이 감도는 시메사바의 그윽한 풍미를 한입 가득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염분을 품고 있어 밥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은은한 유자향이 감도는 즈케사바도, 차진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인 숙성고등어회도 각각 색다른 ‘미각의 호사’를 제공한다. 부드럽고 쫀쫀한 딱새우회와 그 머리를 한데 넣고 끓여낸 라면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외면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다.

자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 예약은 필수다. 문을 나서면 초승달이 보일 때도 있는데 그럼 미각과 더불어 시각적 포만감도 느낄 수 있다.(제주시 한림읍 월령3길 39-5 1층. 고등어회 2만5000원)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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