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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고양이의 평화를 돕는 매장

등록 2021-03-26 04:59수정 2021-03-26 19:53

김태권의 영감이 온다
김태권 그림
김태권 그림

창의력은 창작할 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비즈니스에도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해고됐다.” 지역 언론사에서 일하던 앨릭스 오즈번은 두 달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말하기 거북하지만, 근속 기간이 가장 짧은 사람을 해고한 거라고 하더군.” 그는 그동안 쓴 기사를 들고 다른 신문사를 찾아갔다. “일단 일해보게. 자네 기사에는 아이디어가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이디어가 다이아몬드에 견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디어가 그렇게 값나가는 것이라면. 하루에 하나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연습을 하자.’” 나중에 오즈번은 큰 광고 회사의 부사장을 지냈고, 아이디어 짜내는 방법에 대한 책을 남겼다.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알린 사람으로 유명하다.

태어날 때부터 창의력이 충만한 사람도 가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하루 하나씩”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오즈번의 주장이다. 영감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을 때 치약 튜브 짜듯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여러 방법을 우리는 알아보는 중이다. 시 구절 같은 은유나 한 줄짜리 스토리텔링도 만들어봤다. 단어를 무작위로 조합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비즈니스나 사회사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낼 때도 비슷한 방법을 쓸 수 있다. 컴퓨터로 간단한 ‘사업 아이디어 자동화’ 기계를 만들어봤다. 그림에 보이는 QR코드를 찍어 접속할 수 있다. <한겨레>의 지난 기사 가운데 ‘아이디어’와 ‘신제품’에 관한 기사 198건을 뽑았다. 산업에 관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스무번 이상 쓰인 단어 170여개를 추렸다. 이 단어들을 조합하는 프로그램을 코딩해 보았다. ‘지역의 성장을 위한 실험’이나 ‘사용자의 창조성을 돕는 소프트웨어’처럼 나쁘지 않은 ‘사업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런데 너무 무난해 보인다. 튀는 아이디어를 짜낼 방법이 없을까? “아이디어란 요소들의 조합”이라고 했다. ‘물 밖의 물고기’나 ‘유치원에 간 사나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요소끼리 조합해야 재미있다는 내용을 지난 칼럼에 썼다. 그렇다면 산업 기사와는 이질적인 기사를 골라 단어를 추려보자. <한겨레> 인기 종교 기사 ‘휴심정’과 동물 기사 ‘애니멀피플’에서 ‘행복’에 관한 글 134개를 뽑고 스무번 이상 쓰인 낱말 120여개를 추려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공동체의 희망을 위한 집’이나 ‘청소년의 치유를 위한 나라’는 사회사업의 아이디어로 그럴싸하다. ‘고양이의 평화를 돕는 매장’이나 ‘강아지의 용서를 위한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이런 부제가 붙은 제안서를 받는다면 읽어보고 싶을 것 같다.

무작위로 사업 아이디어를 짜내는 방법은 황당해 보이지만, 사실은 역사가 길다. 20세기 중반에 이미 오즈번은 “관계없는 제품과 아이디어를 억지로 관련지어 새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객 유인 방법 10가지, 예상 고객 유형 10가지, 선전 방법과 매체 10가지를 조합하면 1000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다”고도 썼다. 그중 몇 가지라도 쓸만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문제는 사업성이다. 근사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실패한 사업도 많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시길. 아이디어 단계에서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아보는 여러 가지 방법도 나와 있으니까.

김태권(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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