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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비어있는 벽 채우는 순간, 당신의 집은 미술관!

등록 2021-04-22 04:59수정 2021-04-22 15:05

코로나19 여파 ‘집콕’ 늘어나자
사람들 집 안으로 시선 돌려
텅 빈 벽 채워줄 ‘아트’에 관심
합리적 가격에 살 곳 많아지고
아이돌도 동참하며 인기 확산
아티스트 이강훈의 유화와 아티스트 전나환의 작품이 걸린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의 집 거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어댑터 팀장)
아티스트 이강훈의 유화와 아티스트 전나환의 작품이 걸린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의 집 거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어댑터 팀장)

사람들이 못질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자 모두가 고개를 집으로 돌리고 지갑을 열었다. 매체들은 그걸 ‘홈코노미'라 부른다. 패션이나 취미생활 등 바깥에 투자하던 돈을 집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통 벽에 뭘 걸지 않는다. 하얗게 놔두는 다소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 벽에 못질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벽을 쳐다봤다. 비어있는 벽에 무언가를 걸면 어떨까?

나는 십여 년 전부터 그림을 사기 시작했다. 사실 그림을 사는 건 꽤 호사스러운 취미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던 아티스트 이강훈의 전시회에서 나랑 똑 닮은 그림을 보았다. 까만색으로 거칠게 표현된 그림 속 인물이 적잖게 마음에 들었다. 가격을 물어봤다. 80만원이었다. 이 정도라면 내가 겨울에 입는 코트 한 벌 가격과 비슷했다. 구매를 했다. 전시회의 그림 옆에 ‘판매'라는 딱지가 붙었다. 뭔가 굉장한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수억짜리 그림을 사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건 내가 처음으로 산 아트였다.

다음으로 산 그림도 친구의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오랫동안 알아 온 아티스트 전나환의 갤러리 오프닝에 놀러 갔다. 전나환은 엘지비티큐(LGBTQ)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그의 작업을 인스타그램으로 볼 때마다 무엇이든 꼭 하나 사고 싶었다. 오프닝 파티에 들어서자마자 그림 한 점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평소 화풍보다 조금 거칠게 그려진 그 그림의 가격은 180만원이었다. 갓 떠오르는 작가라 크기에 비해 가격이 아주 비싸지는 않았다. 이 정도라면 내가 몇 년 전에 산 빈티지 의자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몇 년 후에는 친구 소개로 만난 떠오르는 일본인 작가 에이메이 카네야마의 작업실에 갔다가 작은 아트를 샀다. 이것 역시 100만원대였다.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를 찾은 RM. 인스타그램 갈무리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를 찾은 RM. 인스타그램 갈무리

모두가 갑자기 아트를 사고 싶어한다. 아이돌 가수들이 유명한 작가의 아트를 샀다는 기사가 매달 올라온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부는 아트 구매 열풍을 부동산 시장의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비교한다. 아트는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잘 없다. 작가의 경력이 올라가면 아트도 가치가 올라간다. 아트를 꼭 재태크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이런 현상이 시작되자 아트를 살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진 건 다행한 일이다. 더는 갤러리에 직접 마스크를 끼고 갈 필요가 없다. 당신은 온라인 사이트와 경매,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음에 드는 아트를 언제든지 살 수 있다. 아트는 더는 사치가 아니다. 비어있는 벽이 심심한 사람이라면 똘똘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아트를 집으로 들이자. 심심하던 벽이 비로소 당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할 것이다.

김도훈(전 <허프 포스트> 편집장·작가) groovyfre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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