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초등학교 시절 억지로 외운 육하원칙을 아직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오늘 추천해 드릴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창의력 도구’의 핵심이 육하원칙이기 때문이다. 육하원칙 발상법을 육하원칙에 맞추어 알아보자. ‘왜 하필 육하원칙인가’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에서 살펴보겠다.
① ‘누가?’ 육하원칙만 알면 누구나 이 발상법을 쓸 수 있다. ② ‘언제?’ 마감이 코앞이라 지금 당장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③ ‘어디서?’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다. 책상에 앉거나 조용한 서재를 찾을 필요가 없다. 다만 꼬리를 무는 생각을 기록해야 하니, 종이에 적건 녹음을 하건 메모 가능한 장소가 좋겠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이용할 간단한 육하원칙 메모 페이지를 만들어 보았다. 큐알 코드로 접속해보시길.)
④ ‘무엇을?’ 이 방법은 육하원칙과 똑 닮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육하원칙이 아니다. 원래 육하원칙은 사실로 일어난 일을 정리할 때 놓치는 것이 없나 맞춰보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목적은 내용 증명을 보내거나 신문 기사를 쓰는 일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⑤ ‘어떻게?’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육하원칙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우리가 쓰는 육하원칙은 엄격한 육하원칙과 어떻게 다른가? 답은 “유연하게”다.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 와타나베 고타로는 주장한다. “(육하원칙의) 고지식한 질문을 어떻게 다양한 질문으로 만드느냐가 첫 번째 포인트다. 예를 들어 ‘언제’를 ‘언제부터 언제까지’나 ‘어떤 과정으로’ 등으로 바꾸어 시간, 기간, 빈도, 속도, 과정, 순서 등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양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마지막에는 한두 가지 양질의 아이디어를 뽑아 정리해야겠지만 우선은 체계적으로 대량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⑥ ‘왜’를 물을 차례다. 하고 많은 방법 가운데 왜 육하원칙인가?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 전문가들이 잔뜩 개발해 놓았는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육하원칙은 따로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고타로는 “○○식 문제 해결 방법이나 △△식 아이디어 발상법 등 독자 여러분도 들어보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을” 수많은 생각의 도구가 이미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나 발상 도구는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방법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이 프레임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어떤 상황에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기본적인 것만 약 20개에 달해 외우기도 벅차다.” 공부할 것도 많고 어떤 상황에 적용할지 생각할 것도 많다. 반면 육하원칙은 정교하지 않은 대신 어디든 바로 사용해 “단숨에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이 발상법은 질문의 양을 늘리는 일에 가장 쓸모가 있다. “육하원칙만 붙여도 즉시 질문을 한 번에 여섯 개 이상 만들 수 있다.” 복주환의 〈생각 정리 스킬〉이란 책에 나오는 좋은 예제다. “공책은 언제 사용하나? 어디서 사용하나? 누가 사나? 왜 사나? 어떻게 만드나? 언제 사용하나?” 여기에 단어를 덧붙이거나 바꿀 때마다 질문이 여섯 배수로 늘어난다. 질문이 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 즉 “엉뚱한 생각”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창의적인 사람은 가장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나는 이 작업을 혼자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라고 부르고 싶다. 브레인스토밍의 원칙 가운데 하나가 ‘아무리 엉터리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비판하지 말고 일단 늘어놓아 양을 늘리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생각을 떠올리려다 지치는 대신 일단 많은 아이디어를 늘어놓고 그 가운데 참신한 것을 고르라는 것이 수많은 책이 권하는 방법이다.
김태권(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