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아반떼(오른쪽)와 포르테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하이브리드 기술의 상업화 성공’이라는 상징성은 평가받고 있지만, 일반 차에 쓸 수 없는 엘피지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변칙’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한겨레 자료사진
[뉴스 쏙]
현대·기아, 정부 지원받아 국내 첫 출시
엘피지 쓰는 나라 거의 없어 수출 ‘먹구름’
공식연비 17.8㎞…“휘발유값 기준 38㎞”
현대·기아, 정부 지원받아 국내 첫 출시
엘피지 쓰는 나라 거의 없어 수출 ‘먹구름’
공식연비 17.8㎞…“휘발유값 기준 38㎞”
요즘 자동차산업의 열쇳말은 연비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가 연비와 친환경 기준을 제시하고 규제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가 뜨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고속으로 달릴 때는 석유제품을 사용하고 저속으로 달릴 때는 고속주행 때 충전된 배터리로 가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보다 연비가 더 좋아 미래의 자동차로 꼽힌다. 일본 도요타가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를 개발한 이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후발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아직 도요타가 선점한 특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아반떼 엘피아이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몇 년 전 개발용 하이브리드 차를 만든 데 이어 비로소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차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휘발유 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엘피지 하이브리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장애인용이나 영업용으로만 쓸 수 있던 엘피지를 일반 승용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변칙’ 행위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이브리드 차의 핵심인 연비도 리터당 17.8㎞로 프리우스의 30㎞는 물론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23.2㎞보다 낮다. 현대차가 선보인 베르나 디젤(21.0㎞)보다도 떨어진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차는 과연 한국에서만 통하는 하이브리드 차인 것일까?
■ 연비의 마술은 엘피지의 싼 가격 덕분? 국내에서 엘피지는 세금이 적어 휘발유 값의 절반 정도로 싸다. 대신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택시, 렌터카, 승합차와 레저용 차, 그리고 최근 정부가 허용한 1000㏄ 이하 경차만 쓸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유일하게 엘피지를 쓸 수 있는 일반 승용차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엘피지 하이브리드 차를 허용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공식 연비를 리터당 17.8㎞로 발표했다. 그런데 일반 디젤이나 휘발유 차량과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 나오자, ‘휘발유 가격 환산 연비’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 엘피지 값이 휘발유 값에 비해 싸기 때문에 휘발유 1리터를 주유할 비용으로 엘피지를 넣었을 때 그만큼 많이 달린다는 논리다. 이 잣대를 적용할 경우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38㎞로 껑충 뛴다. 하지만 엘피지 값이 올라가면 바로 연비가 떨어지게 된다. 연비가 높아진 것은 결국 현대차의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값이 싼 엘피지를 승용차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기 때문인 셈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 하이브리드 차의 가장 큰 이점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탓에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이 준중형 엘피지 차량을 몰 수 있게 된 혜택”이라고 비꼬았다.
■ 한국의 한국인을 위한 한국형 하이브리드인가 현대·기아차는 정부 예산 지원을 받으며 일본 도요타에 버금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를 2010년까지 출시한다는 목표로 하이브리드 차를 개발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엘피지 하이브리드 차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 쪽은 “4년 전 가솔린으로 개발을 시작해 시험차량까지 만들었지만 시장에 이미 나온 기술과 동등해서는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며 “기존 하이브리드 차보다 한 단계 연비를 올리기 힘들다면 연비가 좋은 엘피지 엔진 기술을 이용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해석은 정반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로는 일본 기술 장벽에 접근하기가 어려운데, 시장이나 소비자의 요구가 아니라 정부나 정책의 강요 등에 떠밀리다보니 엘피지를 선택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엘피지로 돌아선 것은 정부가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공공기관 의무 매입 등 유·무형의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어 밑지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엘피지를 차량 연료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는 세계적으로 드물어 수출도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외국의 수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채산성을 이유로 수출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차의 명운은 국내 소비자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국내 소비자들로선 값싼 엘피지 차를 쓰는 이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 차는 풀옵션 기준으로 2410만원으로, 세제 혜택을 받아도 일반 아반떼보다 460만원 더 비싸다. 경기 탓에 한푼이라도 졸라매려는 소비자들이 과연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