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선발투수 김광현이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개막 미디어데이 때 “뒷자리가 어색하다”던 에이스는 마운드에 오르자 물 만난 고기처럼 질주했다. 시즌 4차례 선발 등판에 3승(무패).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 25이닝 10피안타 1자책. 평균자책점(0.36) 1위.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위(0.60) 올 시즌 프로야구 ‘신세계’를 열고 있는 김광현(34·SSG 랜더스) 이야기다.
사실 국내 복귀는 애초 그가 원했던 선택지는 아니었다. 두 시즌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었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꽤 좋은 성적을 낸 그였다. 문제는 외부 변수였다. 메이저리그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직장폐쇄 등을 겪으며 새롭게 계약할 팀을 찾지 못했다. 김광현은 끝내 귀향을 택해야 했다.
에스에스지 랜더스 김광현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솔 KBO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미국에 있는 동안 에스케이(SK) 와이번스에서 에스에스지 랜더스로 이름을 바꾼 친정은 김광현에게 4년 총액 151억원, 첫해 연봉 81억원을 안겼다. 돌아온 에이스는 미국으로 떠날 때 구단이 임시 결번으로 남겨뒀던 ‘29번’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미디어데이 때 전 시즌 챔피언이 앉는 앞줄 정중앙 자리를 가리키며 “익숙한 자리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왕의 선전포고였다.
친정의 환대에 김광현은 실력으로 보답했다. 2010년 이후 최고의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은 성적이다. 김광현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안치용 전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경기 운영이나 피칭에 여유가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최고 무대 경험이 가져다주는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전성기에 비해서도) 오히려 더 좋다. 조심스럽게 개인 최다승도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에스에스지 랜더스 김광현이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5회 투구 뒤 웃으며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광현이 한층 더 강해진 건, 볼 종류가 더욱 단단하고 변화무쌍해졌기 때문이다. 애초 강속구와 빠른 슬라이더를 주로 사용했던 그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포피치(4개 구종) 투수로 거듭났다. 김원형 에스에스지 감독은 “커브와 체인지업 비율을 높인 게 활약 비결인 듯하다”라며 “미국에선 강속구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것 같다. 2년 동안 여러 구종을 다듬으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에이스의 쾌조에 팀 분위기도 ‘확’ 변했다. 에스에스지는 현재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특히 투수진 가뭄으로 고전했던 지난 시즌(리그 6위)와 비교해 마운드가 눈에 띄게 탄탄해졌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서 9이닝 퍼펙트를 보여준 윌머 폰트(32)가 건재하고 노경은(38), 이태양(32), 오원석(21) 등이 힘을 보탠다. 김광현이 롤모델이자 경쟁자 역할을 하며 투수진 전체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른바 ‘김광현 효과’다.
김광현 효과는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민훈기 <스포티비>(SPOTV) 해설위원은 “경기 외적으로도 틈만 나면 팬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나 한국 야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투수로서도, 리더로서도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김광현은 “선진 야구를 경험하며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느꼈다”라며 올 시즌 승리 투수가 될 때마다 팬과 지역사회를 위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경기장에서 어린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사인을 해주는 등 밀착형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제2의 전성기를 넘어, 올 시즌이 진정한 전성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광현. 실력과 태도에서 모두 성장한 ‘KK’의 남은 시즌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