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우리 ‘삼대’는 야구로 이어진다 [나와 너의 야구 이야기 18]

등록 2022-07-26 13:28수정 2022-07-27 02:33

송유진씨 첫째 딸(왼쪽)과 둘째 딸. 본인 제공
송유진씨 첫째 딸(왼쪽)과 둘째 딸. 본인 제공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한겨레〉 스포츠팀은 나와 너, 우리들의 야구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의 ‘찐’한 야구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사연 보낼 곳>

hanibaseball@gmail.com 혹은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6 한겨레신문사 6층 스포츠팀.

우리 집은 ‘삼대’가 야구팬이다.

흔히 야구팬 삼대라고 하면 아버지, 본인(남자), 아들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우리 집 야구팬 삼대는 아버지, 나(여자), 딸이다. 또 하나, 우리 삼대는 한 팀의 팬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각기 다른 팀을 응원하고 있다.

먼저 올해로 91살인 프로야구 1세대 팬 나의 아빠는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물론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이어져 온 ‘골수팬’이다. 충청도가 고향이고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셨지만, 아빠는 광주를 연고지로 하는 타이거즈에 푹 빠지셨다.

내가 어릴 때 아빠는 약주를 드시면 꼭 사랑하는 ‘동열이’를 애타게 찾으셨다. 선동열 감독님을 집안 장손보다 더 귀하게 여기셨던 기억이 난다. 고향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군산상업핵교”(현 군산상고)선수들이 해태 타이거즈로 많이 입단한 것도 아빠가 타이거즈 팬이 되는 데 일조했다.

요즘도 여전히 야구를 보시지만 연세가 드셔서 전날 경기 결과도 자꾸 잊으신다. 지상파 중계로 토요일 경기를 2시에 할 때도 자꾸 놓치시고 5시에 왜 야구 안 하느냐고 나한테 전화를 하셔서 버럭 소리를 지르신다. 저보고 어쩌라고요. 한화 경기라도 보세요.

2세대인 나는 한화 팬이다. 난 크리스천이지만, ‘한화 보살’이다. 1982년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됐는데 야구가 좋았지만 직관은 꿈도 못 꿨다. 그 후로 세월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 낳고 외국에 조금 살면서 야구를 이십여년 쉬었다. 하지만 난 아빠의 야구광 디엔에이(DNA)가 있어서인지 다시 야구를 보게 되었고 충청도에 살면서 자연스레 한화이글스 팬이 되었다.

관중석에서 한 한화 이글스 팬이 팻말을 든 채 응원을 하고 있다. 2020년 10월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두산 베어스에 3-16으로 패했다. 연합뉴스
관중석에서 한 한화 이글스 팬이 팻말을 든 채 응원을 하고 있다. 2020년 10월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두산 베어스에 3-16으로 패했다. 연합뉴스
선수들의 부침이 있어 하위권 성적이 수년에 이르러도, 한번 준 마음은 헤어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속상할 때도 있다. 그런데 2019년 6월15일 고척에서 3-8로 지고 코가 빠져서 나오는데 뒤에서 어느 분이 하는 말이 크게 들렸다. “오늘 3점이나 났다!” 그렇다. 진정한 한화 ‘찐팬’이란 그런 것이다. 다시 나는 한화라서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내가 야구를 보자고 그렇게 꾀어도 안 넘어가던 딸은 2020시즌 6월 광주 한복판 어느 식당에서 원태인 선수가 홈런을 맞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워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듯 삼성 팬이 되었다. 다 아시다시피 그 뒤로 원태인 선수는 2021년 시즌 젊은 베테랑이 된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야알못’(야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던 딸은 집중 야구학습을 하더니 지금은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딸은 직관도 자주 다니고 유니폼도 여러 개 샀으며 우리 가족 이번 여름 휴가도 대구로 정해놨다. 자기 맘대로다.

2022년 프로야구 개막전. 4월2일 잠실에서 둘째 딸과 함께 직관을 했다. 위에서 말한 삼성 팬 첫째 딸은 수원으로 개막전 직관을 갔다. 40주년 기념 특별 행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프로야구가 40년이 되었나 싶어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족이 야구를 다 같이 좋아한다는 건 인생에서 큰 행운이다. 저녁에 중계를 보고, 야구가 끝나면 날 새서 야구 이야기를 해도 지치지 않는다. 휴가 기간 야구 직관 스케줄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 다 큰 자녀와 여행 가서 싸우기 싫어 함께 여행도 피한다는 친구도 있는데, 우리 집은 야구 덕분에 티켓팅까지 해주는 딸이 있어 휴가를 어찌 보낼지 고민하는 일이 없다.

아빠와는 야구가 효도 전화의 도구가 된다. 아빠에게 야구는 삶의 활력소다. 야구는 아빠에게 생의 의지를 더해준다. 전화해서 언제 ‘야구 하냐!’ 질문하실 때, 한 이야기 또 해야 하고 자꾸 잊으시기도 하지만 난 통화를 그만큼 더 할 수 있어서 좋다. 이 모든 게 야구 덕분에 얻은 행복한 사치다.

송유진씨 어머니와 아버지. 본인 제공
송유진씨 어머니와 아버지. 본인 제공
난 오늘도 나의 신에게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아빠가 저에게 ‘버럭’ 해도 좋으니 계속 야구를 보실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주세요.

제가 맨날 야구만 본다고 안티팬 남편이 저를 핍박(?)합니다. 어느 팀이라도 좋으니 부디 남편이 야구팬이 되어 우리 가족 야구 대통합을 이루게 하소서.

코로나19로 2년 동안 직관을 못 했으니 앞으로 코로나19는 완전히 종식되고 직관 많이 하게 해 주세요.

송유진(충남 서천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이기흥 3선 저지 단일화 안 서둘러” 1.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이기흥 3선 저지 단일화 안 서둘러”

선수 은퇴 2년 만에 최고 사령탑 된 ‘마흔살’ 무명 감독의 특별함 2.

선수 은퇴 2년 만에 최고 사령탑 된 ‘마흔살’ 무명 감독의 특별함

농심배 4연승 김명훈…셰얼하오 상대로 5연승 도전 3.

농심배 4연승 김명훈…셰얼하오 상대로 5연승 도전

이용대, BWF ‘명예의 전당’ 입성…“배드민턴 복식 재정의” 4.

이용대, BWF ‘명예의 전당’ 입성…“배드민턴 복식 재정의”

쓸만한 영건 불펜서 갈리는데…어떻게 ‘선발 육성' 되나요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5.

쓸만한 영건 불펜서 갈리는데…어떻게 ‘선발 육성' 되나요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