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 3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일본 나카무라에게 볼넷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0일 일본 도쿄돔에는 4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대부분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팬들이었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도쿄돔 내 일본 팬들의 함성은 점점 커졌다.
전날(9일) 호주전 패배로 기가 죽은 한국 대표팀은 위축되어 갔다. 양의지의 홈런포로 선취점을 내고 잠깐 ‘업’ 됐던 기분도 착 가라앉았다. 대표팀은 투수진의 난조 속에 또다시 일본에 졌다. 4-13, 완패였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때 패배 이후 일본전 4연패. 2009 WBC 1라운드 때 2-14, 7회 콜드 패를 당한 이후 최대 점수 차 패배이기도 하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어렵게 됐다. 체코(12일), 중국(13일)전을 모두 이기고 호주가 체코, 중국에 모두 패해야만 실낱같은 희망이 생길 수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낮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좌완 선발 김광현이 2이닝을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의 ‘일본 킬러’ 위용을 보여주는 듯했다.
타선도 힘을 냈다. 호주전서 베이스를 밟지 않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태그아웃됐던 강백호가 일본 선발 다루빗슈 유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뿜어냈다. 곧이어 전날 3점포를 뽑아냈던 양의지가 또다시 타구를 담장밖으로 넘겼다. 2-0. 2사 뒤 김하성이 상대 실책을 틈타 2루로 출루했고 이정후의 적시타가 나오며 대표팀은 3-0으로 앞서갔다. 대표팀 더그아웃에도 희망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양의지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 3회초 무사 2루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1, 2회 전력을 다해 던진 김광현이 3회 급격히 흔들렸다. 연속 볼넷으로 맞이한 무사 1, 2루 위기에서 라스 눗바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는 곤도 겐스케에게 2루타를 두들겨 맞았다. 이강철 감독은 원태인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오타니 쇼헤이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1사 만루서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2타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3-4. 한국 더그아웃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를 역전 당해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일본은 5회말 곤도의 솔로홈런과 오타니의 좌익선상 2루타에 이은 1사 3루서 외야 희생 뜬공이 나오며 6-3까지 달아났다. 한국은 6회초 박건우의 우월 솔로포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6회말 다시 5점을 내주면서 추격 의지가 확 꺾였다.
투수진의 컨디션 조절 실패가 결정적 패인이었다. 김광현부터 박세웅까지 이날 한국 투수들은 일본 타자들에게 장단 13안타, 9사사구(8볼넷+1몸에맞는공)를 허용했다. 한국 투수진은 호주전 8점, 일본전 13점 등 2경기에서 무려 21점을 내줬다. 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이 과거 학폭 문제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 야구 투수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하겠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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