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한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체코 대표팀은 대부분 아마추어리그에서 뛴다. 본업은 따로 있다. 12일 한국전에 선발 등판한 루카시 에르콜리는 체코협회 홍보직원이었다. 중국전(10일)에서 9회 주권을 상대로 역전 결승 3점포를 터뜨린 마르틴 무지크는 체코에서 구장 관리인(그라운드키퍼)으로 일한다.
WBC 본선에 처음 오른 체코 선수들이 만장일치로 기대한 것은 오타니 쇼헤이(일본)와의 대결이었다. WBC가 아니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중국전 선발로 등판해 11일 열린 일본전에서 그의 공에 맞설 기회는 없었지만 대신 ‘제2의 오타니’라고 불리는 사사키 로키의 공은 접했다.
이날 사사키가 최고 시속 164㎞의 강속구를 뽐낸 반면 체코 선발 온드르제이 사토리아의 평균 구속은 시속 128㎞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1회 첫 상대 타자인 메이저리거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타니와 첫 대결에서 내야 땅볼을 유도한 그는 3회 두 번째 대결에서는 오타니를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체코에서 전기 기사로 일하는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낸 것. 그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오타니는 체코전(10-2 일본 승리)이 끝난 뒤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 체코 대표팀 사진과 함께 ‘Respect(존경)’라는 문구를 남겼다. 체코 낭만 야구에 당대 최고 야구 선수인 오타니가 경의를 표한 셈이다.
한편,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한 파벨 하딤 체코 감독은 한국과 경기 전 “(일본전을) 국영 방송에서 중계했다. 체코 야구에 있어서는 중요한 경기였고, 최근 자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 이후에도 야구 인기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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