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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구 대표팀, 제 무덤 파지 마라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등록 2023-09-18 10:04수정 2023-09-20 10:30

엔씨(NC) 다이노스 구창모. 연합뉴스
엔씨(NC) 다이노스 구창모. 연합뉴스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소집일(23일)이 1주일도 남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아직까지 부상 당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대체 선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6월 초 전완부 굴곡근 미세손상으로 지금껏 단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서지 못한 구창모(NC 다이노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수를 최대한 지켜보고 결정하겠다”(조계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고는 하지만 결정이 늦어지는데 의아스럽기만 하다.

구창모는 지난 5일에야 비로소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13일 라이브 피칭을 했고, 16일 퓨처스(2군)리그에서 1이닝 정도 투구할 예정이었지만 비가 와서 취소됐다. 19일 열리는 퓨처스리그 케이티(KT) 위즈전에서 비로소 실전 투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2이닝 30구 정도 던질 것을 계획 중이다.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엔씨는 물론이고 대표팀 또한 이날의 투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잘 던지면 잘 던지는 대로, 못 던지면 못 던지는 대로 대표팀 코칭 스태프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 있다. 여차하면 대표팀이 선수의 재활 투구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속사정은 이해한다. 구창모가 빠진다면 대표팀에 좌완 투수는 이의리와 최지민(이상 KIA 타이거즈) 뿐이다. ‘건강한’ 구창모라면 선발로 기용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불펜 투수로밖에 기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구창모가 연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공을 던지고 하루 휴식 뒤 다시 마운드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것이다. 구창모는 ‘재활 투구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시안게임이 없었다면 구창모가 과연 9월 초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했을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지만 오히려 돌팔매질만 당했다.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까지 끌려나갔다. 대표팀 선발의 공정성 때문이었다. 오지환, 박해민 등 입대를 바로 눈앞에 둔 선수를 대표팀에 승선시켰다가 ‘태극 마크가 프로 선수의 군대 빼기 위한 도구인가’라는 여론의 뭇매에 시달렸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나지완이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역시나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른다고 하면 야구 대표팀은 최대 6경기를 치른다. 경기 상황에 따라 구창모는 단 1경기, 단 1이닝만 던질 수도 있다. 컨디션 문제를 들어 막상 마운드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더라도 메달은 받을 수 있다. 정규리그가 이어지고 있어 대표팀 차출이 쉽지 않고 왼손 투수가 못내 아쉬운 대표팀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최대한 상식선에서 판단해야만 한다.

구창모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12월부터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해야 하는 신분이다. 엔씨 또한 지난 시즌 뒤 구창모와 비자유계약(FA) 선수로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으면 6년 최대 125억원,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지 못하면(즉, 입대하면) 6+1년, 최대 132억원에 다년 계약을 한 터다. 구창모나 구단은 금메달, 아니 병역 혜택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지, 개인이나 프로 구단의 이익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1973년 애초 병역특례법을 만든 취지도 국가 위상을 높인 이들에게 적합한 보상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늘 입길에 올랐다. 최대 맞수인 일본이 아시안게임에는 실업야구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짜기 때문에 금메달을 못 따면 ‘참사’라는 표현까지 따라온다. 한편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을 주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잇단 논란으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며 병역법 개정의 목소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야구는 상무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마추어 종목도 많다. 병역 혜택이 없으면 곧바로 운동을 관둬야만 한다.

2018년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전혀 웃지 못했다. 선수 개인과 구단은 병역 혜택의 이득을 취했을 지 모르나 리그 자체는 온갖 치욕과 불명예를 떠안았다. 2018년의 교훈을 잊지 말자.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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