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연패 선동열 감독
“구단의 지원과 뛰어난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독 경력 2년 만에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한 선동열 삼성 감독은 분명 운이 좋은 사람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국보’ 선 감독이 모인 부자구단 삼성의 우승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삼성은 2005년 선동열을 감독 자리에 앉히면서 파격적인 금액(20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2억원·5년 계약)과 함께 ‘무한지원’을 약속했다. 그래서 데려온 선수가 심정수와 박진만.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접전 끝에 현대에 패한 삼성은 이듬해 거금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둘을 데리고 왔다. 4년 계약에 심정수가 최대 60억원, 박진만이 39억원을 받으며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26명의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의 연봉 합계만 52억원. 34억원인 한화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프로에서 연봉의 차이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이로 드러난다. 선동열 감독은 각 분야 최고로 뭉쳐진 선수들의 능력을 철저한 분업화로 극대화했다.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을 길러내고, 이들을 시즌 내내 가동할 수 있도록 권혁·오상민·전병호 등 뛰어난 왼손투수들에게 허리진 부담을 나누게 했다. 기존 타격 위주의 팀 컬러를 뜯어고쳐 기동력과 수비력을 높인 것도 2연패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수비가 뛰어난 김재걸, 발빠른 강명구 등 타격은 떨어지지만 각 부문 최고의 실력자들을 기용해 1, 2점 승부에 대한 ‘전투력’을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는 선 감독의 과감한 선수기용도 2연패의 밑거름이 됐다. 선 감독은 “(심정수가) 그동안 큰 기여를 했지만 지금은 가장 못하는 선수”라는 가혹한 평가와 함께 6차전에서 심정수 대신 김대익을 4번에 포진시켰다. 시즌 내내 중심역할을 했던 베테랑 김한수를 7번 타자로 강등시키는 등 그의 냉철한 판단은 결국 ‘지키는 야구’의 밑거름이 됐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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