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세번째 투수 권오준이 닛폰햄과의 경기 6회초 1사 만루에서 대타 다나카 유키오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내 실점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까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집 떠난 물방망이 도쿄돔서도 침묵
삼성, 닛폰햄전 1-7 패…권오준까지 투입에도 무릎
대만, 천진펑 홈런 2방 앞세워 중국에 골드게임 승 “타자들 컨디션이 좋다고? 제발…, 그러길 바란다.” 전날 연습에서 펑펑 홈런을 날리던 삼성의 방망이들. 경기 전 “이번엔 좀 살아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동열 감독은 피식 웃으며 “경기 초반 앞서기만 한다면 자신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선수들이라고 감독의 바람을 모르진 않겠지만, 삼성 방망이의 침묵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6 첫날, 일본시리즈 챔피언 닛폰햄 파이터스와의 대결에서 3안타 부진에 허덕인 끝에 1-7로 힘없이 무너졌다. 한국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빈약한 공격력은 끝내 상대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채 일본야구와의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다. 삼성은 선발 임동규가 4회초 닛폰햄의 4번 타자 이나바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40m 대형 솔로홈런을 맞았으나, 곧바로 4회말 상대실책을 틈타 안타없이 심정수의 희생뜬공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5회초 볼넷 2개로 2사 2·3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양준혁이 맥없이 물러나며 역전기회를 놓쳤다. 결국 6회초 1사 1·3루에서 이나바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결승점을 내줬다. 삼성은 6회 1-2로 뒤진 1사 만루에서 권오준을 마운드에 세우는 강수를 던졌지만, 밀어내기 볼넷과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더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1차 목표는 예선통과”라고 미리 밝혔던 선 감독은 1-5로 승부가 기울자 포수 진갑용, 유격수 박진만 등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며 예선 2·3차전을 대비했다. 선 감독은 전날까지 여유롭던 모습과 달리 경기 전, “친선경기 성격이던 처음(1년전)과 달리 국가대항전이 돼버렸다”며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은 10일(낮 12시30분·tvN) 중국올스타팀과 2차전을 치른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라뉴 베어스(대만)가 한 수 위의 공격력을 뽐내며 중국 올스타팀을 12-1(8회 콜드게임)로 누르고 첫승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라뉴의 4번 타자 천친펑은 만루홈런 포함 2홈런, 6타점을 올리며 삼성 투수들의 경계대상 1호임을 과시했다. 도쿄/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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