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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김경문 ‘믿음의 힘’ 세계최강 담장을 넘기다

등록 2008-08-24 21:01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하자 김경문 대표팀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하자 김경문 대표팀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금빛 기적 일군 ‘뚝심야구’
올림픽 역사상 세번째 전승우승 ‘금자탑’
좌타자 운용 밀어붙이기 전략 끝내 성공
위기의 투수들 계속 밀어줘 보답 끌어내
9전 전승. 완벽한 우승이었다. 일본의 ‘기술 야구’도, 아마 최강 쿠바의 ‘파워 야구’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식 ‘토종 야구’의 멋진 한판승이었다.

올림픽 야구사에서 전승 우승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 1996년 애틀랜타대회 때의 쿠바에 이어 세번째다. 한국의 이번 우승은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6년 만에 메이저 국제대회를 석권한 것이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의 영광을 넘어서는 쾌거다.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인 셈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엔 김인식 감독의 ‘인화 야구’가 빛을 발했다면, 이번엔 김경문 감독의 ‘뚝심 야구’가 그 중심에 있었다.

김경문 표 ‘뚝심 야구’의 핵심은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는 곰 같은 힘이다. 평소 ‘똥고집’이란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야구이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쿠바가 왼손투수를 내놓을 것이 예고됐음에도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좌타자를 내놨다. 그에 보답하듯 2번 이용규와 4번 이승엽이 승부를 결정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 동점이던 8회말 무사1루에서 3번 타자 김현수가 나왔지만, 김 감독은 번트사인을 내지 않았다. 일본 야구라면 당연히 번트를 대는 게 정석이었을 상황이다. 김현수가 삼진아웃으로 물러났지만, 이어 나온 이승엽이 해결해줬다.

신진과 노장이 조화를 이룬 조직력 역시 김경문 야구의 핵심 요소다. 김 감독은 이승엽과 진갑용, 박진만 등 고참선수들을 베스트9에 기용해 팀의 중심축을 이루도록 해, 젊은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예선전 타율 1할대의 이승엽과 무안타의 박진만은 상황 변화에 흔들리기 쉬운 신진들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승엽은 가장 중요한 준결승, 결승에서 결승 홈런을 날렸고, 박진만은 쿠바전에서 팀승리를 굳히는 첫 안타와 함께 9회말 1사 만루의 최대위기 상황에서 병살플레이를 이끌어냈다.

믿음 역시 김경문 리더십의 한 특징이다. 투수진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은 갈수록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20대 초반의 김광현과 류현진이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려도 김 감독은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이런 감독의 철학은 해외파 출신의 송승준 봉중근 등 고참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됐고, 뒤늦게 합류한 윤석민이 쉽게 적응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김 감독 특유의 이런 리더십이 빛을 발하면서 한국팀은 갈수록 강해졌다. 예선 일곱 경기를 모두 승리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점 차 승부였던 미국전이나 대만전은 물론이고 예선 최하위팀 중국엔 득점 없이 비긴 뒤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경기에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감과 경기력이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대타 기용과 투수 교체 등 작전에서 경쟁국들보다 한 수 위에 설 수 있었다. 막바지 준결승과 결승에선 기회는 살려내고, 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 감독은 우승 뒤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면서도 “팀내 고참들이 힘들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이끌어주는 바람에 팀워크가 갈수록 좋아졌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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